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등이 모두 5월에 몰려있다. 그런데 올 5월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가장 우울한 가정의 달이 될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공동체와 개인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감염병 전파의 특성상 사람들이 집밖을 나오거나 모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인위적으로 차단되는 나쁜 결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까지 손님이 끊겨 폐업을 하는 실정이니 다른 가게나 영업장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지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가정이 흡수하게 된다. 무분별한 해외여행 등의 자제로 외화가 절약되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항공 여행업계의 파산,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줄도산이 졸지에 한 집안의 가장을 실업자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얼어붙은 경제가 가정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교회들은 두 달여 교인들이 예배당에 모이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른 현실적 대안이었지만 벌써부터 예배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코로나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어떤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될지 지금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예배는 기독교에서 성도들의 가장 본질적인 의무이자 권리이다. 한국교회는 6.25 전쟁 중에도 예배를 중단한 적이 없다. 그런데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후 교회가 감염병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나머지 교인들에게 예배 공간의 자유를 주는 대신 공예배의 권위는 어지없이 허물어져 버렸다. 앞으로 교회들도 줄도산 대열에 합류하지 말란 법이 없다.

교인들이 교회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들과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것이 가족 간의 신앙과 화목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통계 수치상 자가격리 상태에서 부부간의 불화로 인해 이혼율이 급증하고 가족 간에 다툼이 잦아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것이 그 증거이다.

학생들은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학생들이 밀집한 교실 안에서 집단 발병하는 것을 차단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학사일정의 차질과 함께 급식 중단 등으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계약직 직원과 농가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핵심은 사람 간에 덜 만나고 덜 모이는 데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 우리 사회의 미덕인 공동체 의식이 옅어지고 그 자리에 개인주의가 더 깊이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결혼해도 아기를 낳지 않는 풍조가 확산하던 참이 아니던가. 우리 사회에 엄습하게 될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폐해는 통계수치 보다 훨씬 크고 위험할 수 있다.

한 설문조사 기관에 따르면 가정의 달에 직장인 53%가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각자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어버이날에 매년 형제자매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자리를 갖곤 했는데 올해는 모임 대신 부모님께 용돈을 송금하거나 택배로 선물을 보내드리는 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본 취지인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깝게” 대신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 다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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