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에 발목이 잡혔던 한국교회가 이번엔 서울 이태원클럽에 덜미를 잡히게 될까. 지난 주 서울 이태원의 유흥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불똥이 공예배의 완전 회복을 준비하던 한국교회로 튄 형국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학원 강사가 자기가 가르치는 청소년들에게 2차 감염을 시켰는데 그들 중 다수가 교회를 다닌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대구 신천지집단 대량 감염사태 이후 방역 당국의 권고와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을 의식해 모든 공예배를 온라인 방식으로 바꾸고 일체의 모임을 중단한 채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래서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인 부활절마저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일부 대형교회들은 부득이 부활절 축하행사를 몇 주간 연기하는 상황까지 맞이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초중고교의 개학과 대학의 대면 강의 재개 시점이 거론되고 프로야구 등 스포츠 경기가 무관중 상태로나마 공식 개막하면서 전국의 교회들도 완전한 예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이런 마당에 이번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이 교회로까지 연결된 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당국이 또다시 교회들의 예배 회복 시간표를 더 늦춰줄 것을 요구할 경우 교회는 이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그동안 한국교회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당국에 협조해 왔다. 신천지집단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개신교를 보는 시선이 싸늘해지자 교회들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예배를 중단하거나 그 형태를 바꿔야 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교계 내부에서조차 많은 우려와 비판이 뒤따랐다. 6.25 전쟁 때도 쉬지 않았던 주일예배를 그토록 쉽게 포기할 수 있는가 하는 자성론도 일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마이웨이’를 고집했다가 그 후폭풍을 감당할 종교는 없다. 개신교로서는 천주교와 불교가 지체없이 모든 회집 중단 결정을 내린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개교회주의가 강하고 연합기관마저 사분오열돼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기독교는 누구도 이 문제에 확실한 책임을 질 수 없었다. 여론에 떠밀려 미적미적 대다 그나마 대안으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온라인 예배였다.

한국교회는 5월에 들어서면서 일제히 현장예배의 기지개를 펴는 분위기다. 4월 총선이 끝나자 정부 여당이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보수 교계의 볼멘소리도 잦아들었다. 확진자 수가 급감하는 추세에 접어들자 주일날 교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언론의 시선과 관심도 분산되고 있다.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이라는 한층 완화된 생활 방역으로 바뀌자 정부와 지자체의 눈치를 보던 대형교회들이 줄줄이 현장 예배를 재개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사태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결정 장애에 빠져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설마 설마하면서도 왠지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은 코로나 2차 유행 조짐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어쩌면 한국교회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 코로나가 종식되고 예배당 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온라인 예배의 맛에 이미 익숙해진 교인들이 100% 돌아온다는 확신을 할 수 없어 더 두려운 불확실성의 시대가 마침내 도래할 수도 있다. 그런 날이 불현 듯 닥치기 전에 대비책을 강구해 둬야 하는 게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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