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일상이 정지된 삶. 코로나19가 가져온 충격 가운데 하나이다. 국경이 폐쇄되고, 학교 문이 닫히고, 직장 출근이 금지되고, 쇼핑몰이 닫히고, 관광지와 극장 출입이 금지되고, 그리하여 서로를 대면하지 못하고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 사는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행히 한국은 방역당국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도시봉쇄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일상이 정지된 상태에서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일단의 무리가 총까지 들고 나와 도시 봉쇄에 항의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인간 편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또 다른 생명 세계에는 비정상인 일상이 회복된 것이기도 하다. 모처럼 하늘이 맑아지고, 바닷물이 깨끗해지고 그리하여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고래와 물고기가 떼로 몰려다니며 유영하고, 해변의 백사장에는 바다에서 올라온 거북 떼로 장관을 이루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갯바위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 그리고 차량의 통행이 사라진 고속도로에서 여유를 부리는 야생 동물들의 모습은 분명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선물임에 틀림없다. 인간의 개입이 줄어들자 자연은 해방의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자연 파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전염병인 것이다. 여기에 신자유주의로 인한 물적 · 인적 세계화가 결합하면서 순식간 지구화된 위험으로 계속 진화한 것이다. 실상이 이러할진대 사회학자 김호기의 말을 빌리면,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무한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삶의 태도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 이제 인간은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생태적 실천의 근본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 한 코로나 시대라는 충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신앙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변의 진리로 여기는 ‘주일성수’라는 종교적 관습을 한 순간에 무력화시켰다. 많은 이들이 주일성수 안 해도 아무 일 없는 경험했다. 대형교회들은 전부터 온라인 매체를 통한 예배를 중계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온라인 예배’를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예배로 규정하는 이들도 있다. 예배방식의 변화는 자연히 교회 구조의 재편성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물적 · 인적 자원이 빈약한 작은 교회들은 시나브로 도태될 처지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5G를 기반으로 하는 교회당 없는 교회도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예배방식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앙실천의 내용 즉 어떻게 하면 자연과의 조화, 세계와의 조화, 이웃과의 조화, 가난한 이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신앙생활을 회복할 것이냐이다. 욕망의 무한 팽창을 추동하는 신앙은 더 이상 지속해서도, 지속될 수도 없다.

삼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