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1948년 5월31일 제헌국회 제1차 본회의가 개회되었다. 65년 전 일이다. 그날의 속기록에 신기하게도 기도문이 남아있다. 의장 이승만 박사는 의장석에 등단하여 의원들에게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제의하였고, 이 제의에 따라 이윤영 목사가 다음과 같이 기도하였다.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늘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 하나이다. 오랜 시일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서 일제의 폭력을 굽히시어 이제 하나님이 세계만방의 양심을 움직이시고, 또한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 이 기쁜 역사적 환희의 날을 이 시간에 우리에게 오게 하심은 하나님의 섭리가 세계만방에 계시된 것으로 저희들은 믿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어진 이 민족의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신원하여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마주잡고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 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이 길면 길수록 이 땅에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원컨데 우리 조선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 평화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에 의지하여 저희들은 성스럽게 택함을 입어 가지고 글자 그대로 민족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러하오나 우리들의 책임이 중차대한 것을 저희들이 느끼고, 우리 자신이 진실로 무력한 것을 생각할 때 지와 인과 용과 모든 덕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앞에 이러한 요소를 저희들이 간구하나이다. 이제 이로부터 국회가 성립이 되어서 우리 민족의 염원이 되는, 모든 세계만방이 주시하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며, 또한 이로부터서 우리의 완전 자주독립이 이 땅에 오며, 자손만대에 빛나고 푸르른 역사를 저희들이 정하는 이 사명을 완수하여 주시옵소서. 이 회의를 사회하시는 의장으로부터 모든 우리 의원 일동에게 건강을 주시옵고, 또한 여기서 양심의 정의와 위신을 가지고 이 업무를 완수하게 도와주시옵기를 기도 하나이다.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모두 합하여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1948년 5월10일 총선에서 뽑힌 198명의 선량들이 헌법을 제정하여 만방에 공포하였으니 실로 역사적인 날이다. 일제강점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주독립한 민주국가임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이상으로 삼았으니 모든 시민이 평등한 존재로서 자유롭게 서로 소통하고, 자신들의 운명을 합의와 설득에 의해 결정하는 정치체제를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만든 쾌거를 이룬 것이다. 법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베푸신 일반은총의 하나이다. 크리스천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므로 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법을 성실하게 지키는 일등시민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제헌절에 생각하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히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법 앞에서 떳떳하게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그리고 법이 보장한 권리를 충분히 누리며 사는가? 스스로 묻고 대답하자. 그리고 헌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법 있는 국가의 법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개혁총회 전 총회장;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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