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력인 장자권 탈취를 위해 아버지를 속이고, 에서를 속인 야곱.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피신하여 20여 년을 머슴살이를 하면서 한결같이 ‘귀향’을 꿈꾼 야곱이다. 마침내 귀향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막상 지난 날 에서와의 원수관계가 그의 귀향길을 가로막았다. 어떻게든 원수관계를 풀어야 했다. 벼라 별 궁리를 다 짜보지만 해답을 얻지 못하고 야곱은 얍복강 가에 홀로 남는다. 예전처럼 어려울 때 도와줄 어머니도 없다. 위로해줄 처자식도 없다. 오직 홀로 자신이 지은 죄와 원수관계를 해결해야 했다.
설화자는 야곱이 밤새도록 천사와 씨름했다고 한다. 주석가들은 천사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 놓고 있다. 제3의 존재라기보다 야곱 자신의 내적인 존재 즉 죄로 인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자기 안의 존재로 보는 이도 있다. 어쨌든 그는 환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사투하며 지난날 죄 문제 해결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마침내 천사를 이기는 자가 된다. 자기 안의 죄를 이기는 자가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간사한 자’, ‘움켜쥐는 자’인 야곱은 ‘이스라엘’ 곧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고결한 뜻을 지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인생이다.
설화자는 이 장면을 감격스럽게 전하고 있다. 브니엘의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야곱, 부도덕한 인간에게 내린 하나님의 은총의 햇살이 야곱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창 32:31). 비록 부러진 환도뼈로 인해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그의 영혼은 세상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가 깃들어 있다. 원수 에서가 달라진 게 아니다. 야곱이 달라진 것이다. 내게도 그런 은총이 임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삼일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