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망한 나라의 백성도 슬프고 아프지만 왕족처럼 슬픈 존재가 또 있을까? 다니엘이 그런 존재였다. 다니엘은 유대 왕족으로 태어났지만 소년 시절에 나라가 망해 왕족인 것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먼 이방 땅 바빌로니아에 포로로 잡혀간다(BC 605).

하지만 다니엘에게 무너진 것은 나라일 뿐, 꿋꿋한 여호와 신앙의지와 히브리 민족의 후예로서의 자긍심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다니엘의 신앙과 굳은 의지는 바빌로니아 궁중학교에서 왕이 제공하는 음식을 거절한 일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당시 16세 가량의 소년 다니엘은 무너진 나라의 가련한 왕족에다 포로였지만 여호와 신앙의 절개와 히브리 민족의 자긍심으로 왕이 베푸는 산해진미를 당당히 거절한다. 그것은 망국의 왕족에 대한 예우와 왕의 하해(河海) 같은 은덕일 것인데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만용에 가까운 목숨을 건 용기다. 다니엘은 채소만을 먹으면서도 하나님의 은혜로 자신의 몸을 거룩하고 윤택하게 지켜나간다.

하나님의 은총 아래 고결한 인품과 탁월한 지혜를 소유한 다니엘은 왕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바사) 양 제국에 걸쳐 총리의 일을 맡는다. 약소국 출신이거나 망국의 포로가 이처럼 출세가로를 걸으면 당연히 본국의 수구세력들과 간신배들의 시기와 모함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다니엘에게서 다른 약점을 찾지 못하고,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하는데 그것은 하루 세 번씩 어김없이 예루살렘 쪽을 향하여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었다.

간신배들은 다니엘의 기도생활을 절대군주 하에서 약점으로 만드는 일에 지혜(?)를 모은다. 다리오 왕을 충동질하여 왕 이외에 누구에게도 기도하지 못하게 하는 금령을 만들고, 이를 어기면 사자 굴에 던져 넣는다는 죽음의 법을 선포하게 하지만 다니엘은 개의치 않는다. 평소대로 창문을 열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여호와께 기도드린다. 결국 다니엘은 왕의 법에 따라 사자 굴에 던져지지만 하나님은 다니엘을 보호하셔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다니엘을 모함한 간신들의 무리가 사자의 먹이가 된다. 왕의 권세도, 사자의 이빨도, 기도의 사람 다니엘을 이길 수 없었다.

한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공동체가 간신들에 둘러싸여 관점이 농락당하거나 사리분별이 흐려지면 그 나라와 기업 또는 공동체는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은 크게 그르치게 된다. 그 지도자는 물론이려니와 나라와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조직 전체가 크게 불행하게 된다.

통치자가 간신과 충신을 구별하지 못하고, 지도자가 충직과 간계를 구분하지 못하면 자신과 나라와 조직이 망하는 길로 가는지도 모른 채 대책 없이 무너졌던 일을 역사에서 보는 일은 애석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일찍이 공자선생께서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간신을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여 그 간신들을 반드시 단호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바가 있다.

공자가 노(魯)나라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는 사구(司寇-중국 주(周)나라 때 형벌과 경찰을 맡아보던 벼슬. 형조 판서(刑曹判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함.)란 관직을 맡았을 때에 조정을 어지럽히던 간신으로 소정묘(少正卯)란 자가 있었다. 그의 행패가 심했으나 세력이 있는 소정묘를 누구도 손대지 못했으나 공자가 사구(司寇)직을 맡은 지 7일 만에 소정묘를 잡아 처형해버렸다. 이에 그 후유증을 염려한 제자 자공(子貢)이 걱정과 염려로 스승께 여쭌다.

"스승님 소공묘는 권력을 믿고 행패가 심한 자이긴 하였으나 세력이 있는 자입니다. 스승님이 사구(司寇)가 되신지 며칠 되지 않은 때에 그를 죽이셨으니 괜찮겠습니까? 스승님께 화가 미치지 않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자신의 행동을 제자 자공(子貢)에게 설명했다.

“통치자로서 제거해야 할 인물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 말에 사기성이 많은데 달변인 자, 행동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 등이다. 이들은 한 결 같이 말 잘하고, 지식 많고, 총명하나 실상은 진실이 없고, 속임수 투성이인 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재능이 있어 군중을 선동하기에 능하고, 홀로 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이런 자들을 처형하지 않으면 나라에 큰일을 저지른다. 죽여야 할 자는 도둑질하는 자가 아니라. 나라를 뒤엎을 이런 자들은 반드시 처형해야 한다.”

6월을 맞으면 조국을 위해 희생한 충절들과 함께, 시대를 농단하고 조국과 교회를 이설로 어지럽게 한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아프고, 다니엘의 믿음과 공자의 단호함과 능력이 없어 아파만 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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