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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주 교수] 과부 הנמלא (출 22:22)
김창주 교수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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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0  14: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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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창 주 교수

성서 번역은 이따금 논란을 일으킨다. 특정 병증이나 부류를 지칭하는 번역어가 비하 또는 편견을 내포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번역성서가 시대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이를테면 ‘과부’(寡婦)가 대표적이다. <개역개정>과 <성경>을 비롯한 대부분 한글성서가 ‘과부’로 옮겼다. 부부로 살다가 남편과 사별한 여인을 가리키는 중세기적 용어다. 미망인(未亡人)이란 대안이 있지만 어감이 좋은 편이 아니다.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가치중립적이며 포괄적인 번역어가 절실히 요청된다.

‘알마나’(הנמלא)는 남편을 여읜 사람이다. 어원은 부부의 사회적 형태를 비롯하여 사별한 여인이 겪을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헤아려보게 한다. 동사 알람(םלא)은 ‘묶다’와 관련되어 부부의 연대를 암시한다. 아랍어 알람은 ‘고통을 겪다,’ 아람어로 ‘분을 품다,’ 앗시리아어는 ‘요새’(fortress)를 가리킨다. 즉 두 사람을 부부로 단단히 묶어주는 관계가 해체되었을 때 겪을 심리적인 고충과 불이익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암시다. 한편 형용사의 용례는 훨씬 더 직접적인 상황을 반영한다. 곧 ‘알만’(ןמלא)은 ‘과부가 된’ ‘버림받은’(렘 51:5), 또는 ‘말 못하는’(출 4:11; 사 56:10), 명사 ‘일렘’(םלא)은 ‘벙어리’ 등이 그것이다(시 38:14; 잠 31:8; 사 35:6; 합 2:18). 즉 배우자를 잃고 혼자가 된 여성이 누구를 의지하고 어디에 하소연할 것인가? 스스로 힘을 키우는 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혼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계약법전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여성이 배우자와 사별하면 겪게 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다. 모세는 이스라엘에게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 다. 흔히 약자보호법이라고도 불리는 계약법전은 세 부류의 계층을 언급한다. 곧 나그네와 과부와 고아다. 맹자는 사궁민(四窮民)이라 하여 여기에 홀아비를 포함한다. 네 부류의 궁핍한 백성, 환과고독(鰥寡孤獨)이다.<맹자(孟子) 양혜왕下> 그러나 성서는 홀아비를 과부처럼 돌볼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대 사회에서 남성은 아내와 사별한 후에도 재혼의 기회가 여전히 있고 과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남성중심 사회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구약성경에 과부는 57 차례 언급된 반면 홀아비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다시 출애굽기 22장의 과부로 돌아간다. 부부 사이는 예나 지금이나 각별하다. 하루 종일 가까이 지내고 날마다 함께 식사하며 모든 일에 대화를 주고받으며 하루 일과를 함께 나누는 대상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부부란 서로 돕고 상호 보완해주는 관계다(창 2:18). 이와 같이 신체적으로 가장 깊은 친분을 나누고 정서적으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자녀를 함께 양육하고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이며 대상이 아닌가? 그런데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었다면 얼마나 세상이 무섭고 두렵겠는가! 그러니 과부라는 히브리어에는 ‘말을 할 수 없는’(םלא) 슬픔과 아픔을 겪는다는 뜻이 포함된 것이다. 탈무드에 따르면 심지어 재력을 갖추거나 사회적 지위가 있더라도 과부는 여전히 돌볼 대상이며 약자다. 왜냐하면 배우자를 잃게 되면 심리적인 우울이나 신체적 쇠약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Carasik, 192>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는 22절은 독립적인 구문으로 종결되지 않고 다음 구절에 결론적인 강조점을 둔다.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여 그들이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으리라. 마치 동태복수법처럼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을 것이라는 보복적인 경고가 뒤따른다.<Cassuto, 292> 나중에 신명기와 예언자들이 과부를 돌보며 착취하지 말 것을 일관되게 주장한 이유를 알 수 있다(신 10:18; 14:29; 24:17-22; 27:19; 사 1:17; 렘 7:6; 22:3; 겔 22:7; 슥 7:10). 어느 사회에서나 과부와 고아는 일차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 출애굽기의 약자보호법은 이스라엘의 역사적 경험과 하나님의 사랑을 인식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보호자를 잃은 여성이 괴롭고 답답하여 하소연한다면 하나님은 반드시 그 부르짖음에 응답하실 것이다(23절).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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