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 신학포럼 광경.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가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향한 한국교회의 의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국내외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를 바라며, ‘한국전쟁 70년, 한국기독교회 평화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번 평화호소문은 교회협 신학위원회가 한국전쟁 70년의 해를 맞아 지난 12일 화해•통일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여성위원회 등과 함께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가진 신학포럼의 결과물이다.

호소문에서 4개 위원회는 “전쟁과 분단, 대결과 증오의 70년 역사는 정치•경제 제도와 사회•문화 질서는 물론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공동체의 모든 측면에 깊은 상처를 남겨 놓았다”며, “전쟁을 끝내고 분단질서를 극복해야 하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노력은 단순히 지정학적 국제질서에 관련된 문제만은 아니며, 남과 북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삶의 온전한 회복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강대국들 사이, 그리고 남북 사이에 다시 대결과 긴장이 고조되어 평화를 향한 행보가 흔들리고 있지만, 세계질서를 지배하는 힘이 어디로 흘러가든 화해와 평화를 향한 우리의 믿음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의 종식선언과 평화질서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성별과 인종, 지역과 국가를 넘어 함께 기도하고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4개 위원회는 특히 남북정부를 향해 “남북 양쪽이 대결과 정복을 위한 경쟁자가 아니라, 평화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한 동반자로서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며, “70년의 긴 세월 동안 만들어 온 적대적 장치와 제도들이 남과 북의 상호인정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 모든 장애물을 일거에 없애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증오와 대결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노력”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최근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이후 어떠한 추가조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무력적 대응행동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남과 북은 냉온탕을 오가며 끊임없는 진전을 이루어 왔기에, 이번의 위기도 남과 북의 자주적 공존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참전국)을 향해서도 “참전국의 군인들을 포함해서 수백만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한반도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처참한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던 그 참혹한 폭력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며, “이제 동맹은 국제적 패권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연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덧붙여 “그것이 이 한반도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참전국과 남북의 군인들, 그리고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행위”라면서, “남북의 정부와 시민들이 국제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대화하며 평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지켜주는 평화의 연대로 변모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들은 또 “누군가를 악으로 규정하고 전쟁의 가능성을 부추기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평화의 주로 오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확한 반대를 표한다”며, 남북의 전쟁 동맹국들이 70년을 전쟁 상태에 있는 이 야만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종식시키고 평화질서를 구축하는 일을 위해서 평화의 연대로 하나 되기를 바랐다.

4개 위원회는 세계교회를 향해선 “국가나 민족의 지경을 넘어서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연대와 협력, 시장의 상품가치가 아닌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선교적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한국전쟁 70년을 맞이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끝이 공식적으로 선언되고 새로운 평화질서가 열릴 수 있도록 세계교회가 한국교회와 함께 보다 깊은 일치의 연대를 이룰 수 있기를 원한다”고 간구했다.

더불어 한국교회를 향해 “성서가 가르치는 화해, 평화, 용서에 깊이 뿌리 내린 새로운 신자와 교회의 모습이 정말로 필요한 때”라며,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일은 한 개인의 삶을 온전하게 다시 세우는 일, 곧 그리스도의 평화 가운데로 초대하는 일임과 동시에 우리 사회를 연대와 상생의 새로운 질서로 만들어 하나님 나라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으로, 전쟁을 끝내고, 폭력의 가능성을 없애고, 평화의 길을 새로 열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이들은 “한반도에서 모든 전쟁행위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남북 간의 군사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현재의 전쟁상태에 대해 조속히 종전이 선언되어야 하고, 한반도 평화를 온전히 정착시킬 초석이 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이해 당사국들 사이에, 특히 북미 사이에 대화가 재개되고 관계가 정상화 되어야 하며, 남과 북은 국제 사회와 외부로부터 오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상호간의 신뢰와 소통, 교류와 협력을 위한 공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닌 스스로의 삶에 대한 결정권을 양보하게 만드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며, 한민족으로서 자주적으로 평화와 화해와 상생의 길을 열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분단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헌신하는 평화와 화해의 일꾼이 되도록 연대하며 노력하고, 세계교회와 국내외의 종교시민사회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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