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6월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9월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남북 상설 대화창구로 설치됐던 연락사무소가 채 2년도 되기 전에 한순간에 사라졌다. 건강 이상설이 있는 김정은 대신 정치 전면에 나선 여동생 김여정이 탈북단체의 전단지 살포에 극히 민감한 감정을 드러낼 때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되었다. 그러나 설마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한순간에 파괴해 버릴지는 몰랐다.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그동안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협의·소통 채널이 되어 왔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남북관계에서 기념비적인 상징성을 띤 이 건물은 우리 정부가 180억 원의 건축비를 들여 완공했다.

그런 건물을 북한이 철거 수준이 아닌 아예 형체도 없이 폭파해 버린 것은 그야말로 본때를 보여 준 것이나 진배없다. 북은 남을 향해 그야말로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식의 행동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사업이 남측의 어정쩡한 태도로 물 건너갔으니 이젠 남쪽의 흔적을 하나하나 지우고 자기들의 주종목인 군사적 행동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북한의 돌변한 태도는 남북군사합의 위반일 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적 행동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에 한발 더 나가 북한은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부대를 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앞으로 북이 개성과 금강산 일대에 군부대를 배치하고,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이뤄졌던 GP 시범철수 조치를 철회하고 무력시위를 할 소지도 있다.

북이 탈북단체의 전단지 살포에 과도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북한의 내부 사정이 그만큼 여의치 않다는 증거일 수 있다. 오로지 핵개발에 몰두하면서 경제 파탄에 대한 반대급부로 남북 경협사업에서 어느 정도 돌파구를 찾으려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엔의 제재에 막혀 우리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식의 감정표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이 남북합의 무력화에 나서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의 상징이던 개성과 금강산이 군사적 대결의 장소로 변모하게 된다면 이는 남북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 통령이 나서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사업을 찾자”고 유화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오히려 막말을 하며 대남 강경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북한의 태도 돌변은 일종의 전술적이 아닌 ‘전략적 결정’인 만큼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이전처럼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는 아이 젖 주기’ 식으로 달랜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북의 눈치를 살피며 마냥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남북관계 앞날에 더 안 좋을 수도 있다.

한교연은 관련 성명서에서 “북한 위협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다짐이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북한에 굴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가안보가 위태해지고, 국민 불안이 가중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화란 손안에 있는 새와 같아서 너무 힘껏 쥐면 자칫 새가 죽을 수도 있고, 또 너무 힘을 풀면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오늘 아슬아슬하게나마 이어온 남북관계가 중대 고비를 맞게 된 것은 한국교회에 큰 숙제이며 기도제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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