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윤리, 도덕, 법에서 이탈한 사람들을 향해 흔히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보시오”라고 조크한다. 오늘 우리 사회가 양심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바이러스(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 교회 곳곳서 발생하면서, “도대체 목회자와 교인들은 양심이 있느냐”는 비난을 받는다. 그것은 교회가 이웃을 생각하는 사회성과 공공성을 상실한 결과이다.

칸트는 “양심은 마음의 법정이다”고 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부정선거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는 등 고난을 당했다. 이들은 구속되기 전, 양심선언을 통해 불의한 정권의 부정선거를 폭로했다. 이들의 양심선언은 폭력적인 고문과 법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들의 양심선언은 양심에 상반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며, 본의 아닌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공정한 법집행을 기대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판단에 호소한 것이다. 당시의 현실은 폭력(법질서)과 양심 간의 마찰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구속되기 전 양심선언으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자신이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폭력에 굴복한 것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었다.

이렇듯 양심은 자명하다. 그러면서도 그것처럼 정의하기 힘든 것은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윤리, 도덕, 법에서 이탈했을 경우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것은 양심의 자명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양심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이 전혀 그렇지 않을 때,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를 자신에게 자문하며, 회의를 느낀다. 특히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개신교의 목회자와 교인들을 향해, ‘양심’이란 단어를 자주 던지며,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만큼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걱정한다는 애기다.

그것은 잘못된 정권의 가장 협력자였던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부끄러운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원리주의와 근본주의에 갇혀, 기독교의 가치인 사랑과 용서, 평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현하는데서 이탈했다. 오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뒤에 기독교근본주의자인 백인이 있다. 매일같이 언론에 비쳐지는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의 이탈행위는 이를 대변해 주고도 남는다.

그래서 혹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양심이 마비된 인간’이란 별칭을 붙여 주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양심이 마비되었는가(?)”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왜 오늘 성직자와 교인들은 이 같은 질문을 받아야 되고, 이 질문에 해명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한마디로 참담하다. 그것은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와 교인들이 성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교훈에서 이탈해, 맘몬과 바벨을 숭상하며, 사이비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늘 각종 언론에 비쳐진 교회 성직자들의 형태를 보면, 세상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향해 “양심이 마비되었다”고 말을 하고도 남을 만 하다.

한국교회 안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담임목사직 세습이나, 당회장 목사의 계산 안 되는 비자금 형성, 부목사의 청소년을 상대로 한 그루밍 사건, 강남 어느 교회의 400개가 넘는 통장보유 보도, 어느 목사의 시설에 맡긴 아이가 죽었다고 15년 동안 숨겨온 사건 등등은 오늘 한국교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다 어느 연합단체의 기관장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왜곡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또한 이 단체장은 임원회의에서 자신을 의장이라고 부르는 회원들을 향해 ‘OO끼’, 종로5가를 다니는 목회자와 장로들을 향해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 단체장의 말대로라면,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장로, 그리고 교인들은 양심이 마비된 그리스도인이다.

한국교회의 성직자와 교인들은 양심을 마비시켜 가며, 성서의 법정신에서 이탈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데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나님나라운동을 전제로 창간된 교회 언론도 여기에 편승됐다는데 것에 대해 부인할 수 없어 안타깝다. 교회언론은 양심이 마비되어 가는 한국교회 성직자와 교인들을 향해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예언자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이 기능을 상실한 언론은 언론의 자유와 양심이 마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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