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 신학과 신앙을 그대로 받아드린 우리는 원수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차 있다. 특히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정의와 평화를 외치면서, 자기가 만든 이데올로기, 교리와 제도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근본주의자들은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뜻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잘못을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에게는 사랑도, 용서도, 눈물도 없다.

요나는 자신을 구원해 준 하나님에게 어깃장을 놓았다. “느니웨성의 백성이 좋으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아우성친다. 요나는 앗시리아 백성, 아니 이방인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행위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것은 유대인들의 세계관이었다. 한마디로 유대인의 세계관은 ‘선’하고, 타민족은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한다. 오늘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은 백인도, “‘백인은 ’선’이고, ‘유색인종은’악’이다”고 이분법에 갇혀 하나님의 참사랑을 스스로 상실했다. 그러면서 성경책을 끼고 교회에 간다.

오늘 대한민국 역시 이념에 갇혀, 지도자들은 중재자·조정자·화해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했다. 다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진보의 아이콘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보수의 아이콘인 백선엽 예비역대장이 죽었다. 박 시장은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 자살했다. 박 시장이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면, 자살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백선엽 대장은 한민족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백 예비역대장은 간도 만주군 특설대에 들어가 조선인 독립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해방과 함께 창설된 육군장교로 들어가 6.25 한국전쟁 당시, 전쟁영웅이 됐다. 이것이 바로 일본식민지와 6.25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제하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일본군과 맞서 싸우다가 순국해 현충원에 묻힌 애국지사들이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이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 죽음을 둘러싼 논쟁도 피할 수 없다.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백 장군과 박 시장의 공과 과는 인정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불행하게 죽은 사람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인색하다. 경의를 표할 마음도 없다. “잘 죽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오히려 폄하하는 글들을 SNS를 통해 퍼 나르기에 바쁘다.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울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온 국민을 동원해 추모했다. 우리에게는 이런 마음이 전혀 없다. 적대적 관계를 조성하며, 사회적인 불안을 야기 시키기에 바쁘다. 그 중심에 그리스도의 참사랑과 평화, 생명을 말하는 그리스도인이 없다는데 안타깝다. 대한민국의 사업가들은 일본에 지진이 일어나고, 홍수로 물에 잠겼을 때,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많은 피해복구지원을 위한 생필품과 현금을 지원했다.

예수님은 고아, 병신, 창녀, 이방인 등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서, 이들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였다. 인류는 자유를 위한 혁명을 쉼 없이 벌여왔다. 하지만. 생명을 위한 혁명을 벌여본 일이 한 번도 없다. 바울은 새로운 정치조직과 새로운 하나님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로마로 들어갔다. 로마는 예수를 죽였고, 유대교는 하나님의 정의가 없고 로마와 공모해 예수를 십자가 형틀에 못 박은 종교이다.

바울은 초월적인 복음을 담을 그릇이 필요했다. 그 그릇은 교회였다. 로마제국과 유대교에 맞서면서, 보잘 것은 없는 사람에게 희망을 가져다가 주기 위해서, 메시야적인 새로운 정치조직과 종교조직을 절감했다. 바울은 이를 통해 인류공동체를 보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남자와 여자, 가난한 자와 부자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었다. 오늘 한국교회 안에서, 아니 우리 사회 안에서 사도바울이 꿈꾸었던 ‘에클레시아’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야 한다. 이럴 때 하나님은 우리를 받아드리고, 미래 한국교회에 희망을 가져다가 줄 것이다. 이제라도 세속정치는 인류에게 희망을 가져다가 주지를 못 한다다는 것을 깨닫고, 정의와 평등, 그리고 생명을 위해 일하는 희망의 한국교회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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