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평생 청빈과 경건을 붙들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았던 에이든 토저(Aiden Wilson Tozer : 미. 1897-1963)목사는 “세상에서 위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외로웠다. 외로움이란 성도가 그의 성스러움을 위해 지불해야하는 대가인 것 같다.”고 했다.

레바논의 사상가로 산문시 ‘예언자’를 쓴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33~1931)은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위대한 사람(The loneliest man is the greatest man)”이라고 했다.

‘사람이 긴 시간 혼자 있을 때에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수준이 정해진다.’는 말도 있다. 현대인의 심리의 특성 중 하나가 혼자 있기를 싫어하고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은 홀로 있을 때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은 동굴이나 광야, 산중에서 홀로 자신의 영혼을 갈고 닦은 사람들이다. 깊은 산중 보리수나무 밑에서 7년을 홀로 수행한 석가모니(고타마 싯다르타. Gautama Siddhārtha : 瞿曇 悉達多. BC563?~483?)가 그렇고, 아라비아 사막 동굴에서 내공(內功)을 쌓은 마호메트(Mahomet Mohammed. 570~632.)가 그렇다.

성경은 홀로 자신의 영혼을 갈고 닦는 일에 교과서와도 같다.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막 1:13) ”무리를 보내신 후에 기도하러 따로 산에 올라가시니라. 저물매 거기 혼자 계시더니“(마 14:23) 인적이 끊긴 광야에서 홀로 40일을 금식하며 기도하셨던 예수님, 생활 속에서 늘 한적한 곳을 찾아 홀로 자신을 성찰하시고, 사명을 다잡으신 예수님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수많은 무리가 …· 모여 오되 예수는 물러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눅 5:15,16).

미디안의 호렙산 기슭에서 40년 긴 세월을 양떼를 돌보며 대제국 애굽의 왕자로서의 때를 벗기고, 히브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홀로 지냈던 모세가 있다.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 죽기를 원하던 중에 천사가 제공하는 음식을 먹고, 사십 주야를 가서 하나님의 산 호렙산 굴속에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 소생하는 엘리야가 있다.

다메섹(다마스쿠스)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난 뒤 아라비아 사막 깊은 곳에 들어가 홀로 3년을 보내며 자신의 영혼을 순화(純化)했던 바울도 있다.

분명한 것은 정신세계는 고독한 자리에 혼자 있을 때에 깊어지고 성숙된다는 것이다. 홀로 있는 고독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고 인격이다. 바쁘기만 하고 산만하기만 해서는 절대로 정신적인 진보를 이루어 나갈 수가 없다.

조카 롯이 우(右)하고, 자기 눈에 좋게 보이는 것을 따라 제 길을 가소, 척박한 유대광야에 홀로 남아 하나님을 우러렀던 아브라함, 하나님께 받은 돌 판으로 금송아지를 부수고 다시 산으로 홀로 올라가는 모세, 850명과의 치열한 영적전투현장의 엘리야도 모두가 혼자였다. 혼자서 걷는 고독하고 외로운 길이 얼마나 참담하고, 험했을까.

히스기야(Hezekiah. 남유다의 제13대 왕. B.C. 728-687)가 앗수르 산헤립의 군대 장관인 랍사게로부터 나와 무릎 꿇으라는 조롱과 협박의 항복을 요구하는 문서를 들고 성전에 올라가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을 때, 그는 약소국의 왕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영적 지도자로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왕의 도로를 지나 타우루스 산맥을 넘을 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신변을 공격하는 일체의 일들과 싸워야 했던 바울은 또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들 모두가 고독한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고, 또 그 길을 인내하며 주님과 함께 그러나 홀로 걸은 뒤에 하나님의 사람으로 선명한 영적자국을 남긴 믿음의 선진들이다.

가능하면 피하려는 것이 외로움이고 고독이지만 그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조금은 더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서는 성숙한 걸음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교제 방법인 것도 분명하다.

산만하고 분주한 오늘의 시대에, 성경 속 믿음의 선배들과 선진 선각자들의 주님과 함께하고, 마주하기 위해 혼자됨의 삶 본받기를 사모한다. 홀로 있기는 용기이며 경건이고, 말씀 앞에서 나됨이다. 홀로 있을 때 누리는 영혼의 자유 함과 충족감(充足感)을 누릴 줄 아는 깊이를 갈망한다. 홀로 있기는 은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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