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이스라엘의 불구대천의 원수 에돔.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원수였던 것은 아니다. 이삭의 쌍둥이 아들 에서의 후손이 에돔이고, 야곱의 후손이 이스라엘이다. 의좋던 형제는 야곱의 장자권 탈취로 인해 험악해지고, 한솥밥을 먹을 수 없게 된 야곱은 어머니의 고향으로 피신한다. 야곱은 그곳에서 천신만고 끝에 의젓한 부족을 이루어 귀향길에 오른다. 하지만 에서의 분노의 칼이 두려운 야곱은 얍복강 가에서 환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고민했으나, 놀랍게도 에서는 피 끓는 정으로 야곱을 껴안음으로서 쌍둥이 형제 사이에 맺힌 원한과 증오는 사라진다.

후에 에돔족은 독자 생존이 가능한 부족이 되었으나, 야곱의 후손은 떠돌이 히브리인이 되어 식량을 구걸하기 위해 이집트에 내려가 노예로 전락함으로서 피를 나눈 두 족속은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의 학대에서 벗어나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할 때, 길을 막고 힘들게 한 자들이 바로 에돔이다. 그 뒤로도 에돔은 사사건건 이스라엘을 괴롭힘으로서, 이스라엘로서는 상종할 수 없는 원수가 되어갔다.

요즘 북한이 남한을 대하는 태도가 험악하다.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6월 13일)가 있은 지 사흘 만인 16일 예의 건물을 폭파해버렸다. 이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30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역사적인 사건을 스스로 부정한 일이다. 북한으로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정은-문재인이 세 차례나 만나서 상호 비방과 적대 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북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삐라살포를 막지 않은 것은 분명 유감스런 일이다. 민족 자주를 내팽개치고 미국에 종노릇이나 한다는 북한의 비난도 여전히 전작권이 미국에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실망한 화풀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G2인 중국의 시진핑도 미국의 압박에 어쩌지 못하는데, 문재인이 무슨 재주로 막무가내인 트럼프를 움직이겠는가. 핵을 지녔으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남이 핵을 못 만들어서 핵이 없는 게 아니다. 핵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에돔의 길을 가는 것은 답이 아니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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