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솔로몬의 뒤를 이어 아들 르호보암이 왕이 되자, 북쪽 이스라엘 10부족 대표가 르호보암에게 나아가 솔로몬이 부과한 부역, 세금 등 무거운 짐을 덜어달라고 요구한다. 나라의 원로들은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왕의 젊은 친구들은 왕이 유약하게 보이면 법질서가 무너진다며 강경한 정책을 쓰라고 주문한다. 르호보암은 젊은 친구들의 주문대로 북쪽 이스라엘 대표들에게 “나의 새끼손가락이 부왕의 허리보다 굵다”며 포악한 말로 내친다. 르호보암에게서 냉대를 받은 이스라엘 대표들은 ‘우리와 다윗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돌아간다. 나라가 갈라지는 선언을 한 것이다(왕상 12:1-16).

일이 이렇게 되자 전에 솔로몬에게 미움을 사서 이집트에서 망명생활을 한 여로보암이 귀국,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 막상 왕이 되고 보니 백성들의 마음이 여전히 예루살렘을 향해 있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그는 ‘만일 나라가 다시 통일되면 나는 죽게 되겠구나!’, 이렇게 지레 짐작하고 철저하게 분열정책을 펼친다. 백성들이 예루살렘을 중앙성소로 여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벧엘과 단에 별도의 국가 성소를 세우고 그곳에서 제사를 드리게 한다. 제사장도 레위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세운다. 절기를 유다와 다르게 정하여 백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한다. 가나안 원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곳곳에 신당을 짓고 황소를 만들어 제사를 드리게 한다. 르호보암은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솔로몬 이상으로 혼합종교정책을 편 것이다.

통치자들은 체질적으로 질문 받기를 싫어한다. 만일 통치자에게 함부로 질문한다면 그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그럴 수는 없다. 하나님은 언제나 세상의 통치자들을 향해 ‘왜 그랬느냐?’고 질문하신다. 그때마다 통치자들은 하나님의 질문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솔로몬이 그랬고, 르호보암이 그랬고, 여로보암이 그랬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매 시대마다 당신이 진정으로 세상의 주권자임을 포기한 적이 없다. 오늘날 하나님의 질문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다수의 국민이 궁금해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통치자들은 하나님께서 물으시면 진솔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솔직했으면 좋았을 것을 에둘러 거짓말로 넘어가려다 화를 불러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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