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열 목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올해 장로교 가을총회가 딱 그 느낌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총회로 치러졌기에 예년과는 달리, 형식에 치우친 경우가 대다수였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코로나 확진자 수의 증가세로 총회가 열릴 수 있을까라는 기우도 있었지만, 각 교단은 저마다 일정대로 총회를 소화했다.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다.

하지만 안타까운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왕 하는 총회를 좀 더 알차게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대부분의 교단들은 임원선출 정도만 온전히 치르고, 산재된 안건들은 뒤로 미뤄야 했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뒤따랐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안건들은 좀 더 다루고 넘어가도 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총회는 치러졌고, 새로운 회기를 이끌어갈 임원도 선출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산재된 안건들을 하나하나 처리해야 한다. 각 교단은 총회 현장에서 모든 안건 혹은 중요한 안건들을 총회 임원회나 실행위, 혹은 관계 위원회에 넘겨서 처리토록 했다. 총대들의 명령을 받았으면 이제 일꾼(?)들이 나설 때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시대가 어수선하고,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에 흐지부지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중지를 모아 교단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총회 임원들은 ‘1년만 버티다가 다음 회기에 넘기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닌, ‘1년 안에 최대한 많은 안건을 다뤄 교단, 지방회, 교회가 모두 잘 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진취적인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총대들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시대 속에서도 자신들을 교단을 이끌어갈 임원을 선출한 것은 권좌의 꼭대기에 있으라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낮은 자의 자세로 교단과 지방회, 개교회를 섬기라는 의미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회기보다도 이번 회기에 임원에 선출된 일꾼들은 더욱 어깨가 무겁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그것은 바로 교단의 이미지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바로 이 땅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미는 정책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가난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의 모습이야 말로 이 땅에 한국교회가 존재하는 가치이자 사명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와서 섬김과 헌신의 본을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본 받을 때 비로소 한국교회는 새로운 부흥과 성장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기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한국교회의 풀뿌리와 같은 미자립교회나 작은교회들을 살리는 정책에도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는 잘 자란다. 그 뿌리가 바로 지금 이름도 빛도 없이 지역의 복음화를 책임지고 있는 작은교회들이다. 이들을 향한 교단적 역할을 극대화시키고, 아낌없는 지원정책을 내놓을 때 교단은 물론, 후퇴일보를 하고 있는 한국교회 모두가 산다. 단순히 재정적 지원의 정책을 넘어서, 프로그램적인 지원까지 일궈낼 수 있는 정책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언택트 총회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한국교회의 미래가 밝은 청사진을 그릴지, 아니면 잿빛으로 물들지가 결정된다. 결코 임원선출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명실하길 바라며, 언택트 총회의 1기 일꾼들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어낸 세대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시인, 본지논설위원
군남반석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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