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길 목사

아들은 시험 때만 되면 체력을 보충해야겠다며, 스태미나 음식을 찾는다. 아들의 부탁이라 기쁜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해서 아들에게 가져다가 주었다. 오늘은 특별한 음식 장어를 부탁해 왔다.

“엄마, 장어 좀 구워주세요. 공부하려면 힘이 좋아야 해요.”

‘어이구, 그럼 천하장사들은 다들 공부깨나 하겠네!’

속으로 삐죽거려 보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아들의 부탁인데, 장어를 먹어야 시험을 잘 본다는데……. 여기저기 뒤져서 장어를 사다가 구워줬더니, 배가 터져라. 먹고 나서 이번에는 한다는 소리가.

“과자랑 음료수 사다 주세요. 졸릴 때마다 먹게요”

“너, 또 먹다가 지쳐서 자는 거 아냐?”

“이 시국에 잠을 자다니! 그럴 리가 있어요?”

엄마는 아들을 믿었다. 어쩔 수 없이 과자와 음료수를 산더미처럼 사다 주었다. 그랬더니 조금 있다가 또 만두를 튀겨 달라고 주문한다. 만두를 뛰기는 데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열어보니 아들이 과자에 음료수를 잔뜩 쌓아 놓고 침을 흘리며 곤히 자고 있었다. 속으로 울화통이 터지지만, 얼마나 피곤하면 자겠는가.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응원한다.

“체력을 비축하더니 그 힘으로 잠만 자냐? 그래, 자거라, 자!”

속 터진 만두를 먹으며 엄마는 아들 대신 자기 가슴만 쳤다.

시험 결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엄마, 내가 다 찍고 나왔거든요. 그런데 나보다 점수를 못 받은 친구들이 있어, 내 뒤에 있는 친구들은 뭐야?”

자기 뒤에도 친구들이 있다고 좋아하는 아들. 장하다, 어디에서 저런 마음이 나올까. 내 아들, 꼴찌를 면해줘서 고맙다며, 엄마는 말합니다.

“우리 아들이 착해. 그거면 됐지, 뭐.”

“건강하면 됐지 무엇을 바래”

사실 아들은 꼴찌에서 멤도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먹던 힘, 놀던 힘 다 발휘해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꼴찌의 위대한 승리였다.

가끔 이 어머니와 아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미소가 저절로 흥러 나온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사랑법의 대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새세움교회 목사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