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이미지

떨어지는 무게는
잴 수 없다
가을의 저울로 재기 전엔
중량은 미지수다

눈금에 새겨지는
순금의 순도
그런 무게와 빛깔쯤으로
낙엽은 진다

더러 중량 미달의 낙옆 하나
그러나 그 속엔
가을이 들어있다

- 『조선문학』 20년11월호(355호) 박진환 특집에서

* 박진환 시인: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금년 등단 60주년.) 한서대 교수. 예술대학원 원장 역임.
시문학상. 한국펜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문학상. 문덕수문학상 등. 풍시조 장르 창시

▲ 정 재 영 장로

<박진환 시인은 원로이자 문단 어른이시다. 금년이 등단 60주년 곧 환갑이다. 이런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다. 그분 시집이 현재 총 300 여권이나 되니, 누가 그 노력과 능력을 따라갈 수 있을 건가. 축하와 함께 앞으로도 건강하시어 더욱 문단을 이끌어 주시기를 기원한다.>

이 작품은 낙엽의 이미지로 가을이 주는 의미 즉 성숙의 관념을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낙엽의 하강은 익어진 수치와 중력의 이론으로 버려지는 의미 즉 페기물이 아닌 내재된 귀한 가치의 의미를 함축하여 암시하고 있다. 역발상의 해석이다. 낙엽은 나이를 들어 사라지는 사물이 아닌 가득한 성취 즉 이루어냄의 감격을 도량화하여 감각화시킨 이미지다.

가을의 저울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말한다. 창조 사명을 감당한 계절의 가치기준으로 해석해낼 때 존재의 가치성을 재는 절대적 기준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그것이 철학적이든 종교적 기준이든 관계가 없다 설혹 개인이 정한 가치관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 기준에 넘치는 무게, 즉 은행잎을 상상하게 해주는 낙엽이 주는 가치로 상징하는 황금의 순도와 질량으로 증명하고 있는 수사법은 놀라기에 충분하다. 이런 놀람현상이 바로문학이 주는 감명 효과다.

설혹 그 함량에 미달하여 낙엽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파리라도 가을이 주는 묵직한 담론을 담고 있다는 표현에서 단순한 사물을 들어 존재의미를 논리적으로 변증하는 수사기법이 바로 형이상시 특징 중 하나다. 평이한 언어로 바람에 날리는 가벼움이 아니라 낙엽 속에 들어있는 질량의 묵직함을 감각하게 새롭게 해석해내는 상반성의 안목이 이 작품의 뛰어난 문학성이다. 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의 실제 창작의 교본으로 추천해보고 싶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