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들이 폐하리라”(고전 13:10). 세상은 허상으로 가득하다. 근원이 아닌 것들이 근원 행세를 하고, 본질이 아닌 것들이 본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께서는 수시로 땅과 하늘을 흔드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물질세계는 흔들려 진동하지 않으면 굳어지는 성질이 있다. 강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어서 악취가 난다. 공기는 흐르지 않으면 독성을 띄게 된다. 인간도 흔들리지 않으면 퇴행한다. 이따금씩 흔들려서 뿌리째 뽑히지 않으면 세상은 정체된다. 새로운 세계는 열리지 않는다.

인간을 가장 잘 묘사한 시가 있다. “인간은 견습공이고 (…) 고통은 그의 주인이다. / 그리고 그 누구도 고통을 받을 때까지는 자신을 모른다. / 이것은 참기 어려운 법칙이지만, 최고의 법칙이다. / 이 법칙은 우리가 불행의 세례를 받고 / 슬픔 값을 다 치른 후에 사야만 하는 운명이다.”(알프레드 드 뮈세 /Alfred de Musset) 인간은 고통 가운데서 밑바닥까지 흔들려야만 비로소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진동하고 인생들이 진동할 때는 고통이 따른다.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아픔이 있다. 그러나 아픔 없이 새로운 창조는 이뤄지지 않는다. 아픔에 대한 각기 다른 반응은 각기 다른 목적지로 인도한다. 아픔을 겪을 때 세상을 비관하고, 낙심하고, 원망하고, 부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죽음을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증오심은 더욱 끔직한 증오심을 낳는다. 반대로 세상을 긍정하고, 자기를 성찰함으로서 아픔을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삼는 이들이 있다.

예수께서는 진동하는 세상에서 인생이라는 집을 반석 위에 지으라고 하신다. 무엇이 반석이고 무엇이 모래인가? 하나님 없이 지은 집, 돈 위에 짓는 집, 자신이 약한 존재라는 걸 보이기 싫어서 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짓는 집이 모래 위에 짓는 집이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들은 모두 흔들리는 것들이다. 권력도 부도 명예도 건강도 흔들려 무너진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뿐이시다. 그래서 잠언은 “지혜자를 따르라”(잠 4:10-19) 하고, 히브리서는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섬기라”(히 12:25-29) 하고, 예수께서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라”(마 7:21-27)고 하신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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