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한국교회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한국교회 보수성향의 연합기관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그 물꼬를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단인 예장 합동총회가 텄다.

예장 합동총회는 지난 달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온라인 총회에서 넘겨진 주요 안건을 다루기 위한 제105회기 첫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실행위원들은 현재 세 개로 분열된 교계 보수 연합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앞장서기로 결의했다.

합동측이 분열된 보수 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적극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해 교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 이유는 여지껏 이어져온 연합기관 통합 논의가 몇몇 인물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대형 교단이 총회 결의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일 것이다.

연합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안건은 지난 9월21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제105회 합동 총회에 헌의안으로 상정되었다가 총회 임원회로 위임되었다. 당시 총대들은 총회가 교단교류협력위원회를 재설치하고, 분열된 교회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총회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을 교단에 요청했다.

이 헌의안에는 “각 교회연합단체의 가입과 탈퇴 및 합병 등의 일체 방법론과 이에 따른 재정사용을 임원회에 전적으로 맡겨 시행하도록 결의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내용대로 연합기관 통합에 관한 일체의 권한이 임원회로 넘겨졌고, 임원회는 이를 실행할 5인의 교단교류특별위원회를 조직함으로써 본격화되었다.

합동측은 통합측과 함께 한기총 창립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10년 전 한기총 내에 대표회장 선거가 과열되면서 불법 금품선거 문제로 통합을 비롯, 주요 교단들이 이탈할 때도 합동은 한기총을 지켰다. 그러다가 교단에서 이단사이비로 규정된 인사를 한기총이 회원으로 받으면서 결국 탈퇴하고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지금 합동측은 통합측과 함께 창립한 한교총에서 2년에 한번 씩 순차적으로 공동대표를 맡는 등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동측이 3개로 나뉜 연합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하기 위해 교단적으로 적극 나서게 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아무리 한교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더라도 연합기관의 분열과 난립으로 대정부 대사회 창구에 혼선이 생기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의 대사회 대정부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심각히 받아들인 결과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가 너나없이 주일예배마저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더 이상 교회의 위기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다 총회장 소강석 목사의 연합기관 통합에 대해 남다른 신념과 의지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분열을 회개하고 통합하는 것은 성경적이고 복음적이다. 탓할 일이 아니라 박수쳐줄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의명분이 있고 모두가 환영할 일이라도 방법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울리는 꽹과리처럼 소리만 요란하다 아무 소득 없이 끝날 수도 있다. 자칫 더 큰 상처와 깊은 골을 만들 수도 있다

연합기관 통합에 대교단이 적극 나서게 된 것은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나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릴지는 알 수 없다. 각 교단, 기관간의 복잡미묘한 역학관계를 잘 푸는 지혜와 인내, 그리고 양보와 희생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기왕 시작한 일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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