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은 그야말로 다사나단 했던 한 해였다. 연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팬데믹 현상을 불러 왔다. 특히 한국교회는 코로나로 인해 예배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했다.

그런 위기 속에서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는 더욱 심각한 확산세로 펴져나가고 있다. 방역 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매일 1천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이전에는 대구 신천지집단, 이태원클럽 등 감염원이 비교적 뚜렷했으나 지금은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사회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의 경우 1월3일까지 5인 이상의 모임이나 식사가 금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이상의 엄격한 방역 수칙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에 교회는 비대면 원칙으로 20인 이하 예배가 가능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교회들마다 성탄절 축하예배를 비롯해 연말연시의 연례적으로 행해왔던 송구영신 예배마저 온라인 비대면예배로 드릴 수밖에 없었으나 만약 3단계로 격상되면 1인 이상 회집이 어려워져 이런 예배마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올 2~3월 경이면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사람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마스크쓰기와 같은 기본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지난 연말에 대구의 모교회가 10여 차례나 대면예배를 고수하다 고발당한 후 행정명령에 따라 교회가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 교회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면예배를 드리거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자치단체와 마찰을 빚고 고발조치 되는 일은 종종 있어왔어도 강제 폐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중대한 사건이다.

예배를 고수했다고 교회가 강제 폐쇄를 당한 문제는 앞으로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이슈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교회들이 얼마나 더 많이 나올지도 알 수 없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아직까지도 대면 예배, 또는 비대면 예배에 대한 신학적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단 마다 또 교회마다 각기 다른 신학적 기준과 잣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개교회주의 기질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런 갈등과 논쟁이 장차 한국교회를 한 단계 성숙하게 해 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과 사회를 걱정하고 기도하는 게 소명이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확산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거꾸로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교회들이 방역에 소홀히 해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에 손가락질 받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교회의 책임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교구인 세상을 품는데 소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부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런 상황을 신앙적 핍박으로 여겨 죄악 세상과의 전쟁을 벌이는 구도 설정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적절치 못하다. 아무리 정부와 공권력이 소위 ‘방역정치’로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이라 하더라고 교회로서, 성도들이 지켜야 할 국민의 기본 도리까지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지금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 교회를 무력화 시키고 있으나 시작이 있었으니 반드시 끝도 있게 마련이다. 한국교회가 그 끝을 앞당길 수 있도록 이웃과 지역사회 더 나아가 사회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때다. 하나님이 교회가 받는 고통과 희생을 더 좋은 열매로 돌아올게 하실 것이다. 새해 독자 여러분 교회와 가정, 일터에 하나님의 평강이 임하시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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