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메시아적 희망을 접목시킨 것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 ‧ 독일 ‧ 라이프치히대학교 교수. 1885-1977) 교수가 쓴 ‘희망의 원리’라는 책이 있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희망의 철학자로 알려진 분이다. 그의 저서 ‘희망의 원리’(Prinzip Hoffnung)는 인간의 삶에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쾌하게 논하는 명저이다. 블로흐는 이 책에서 성경에 대하여 "성경을 읽고 혁명을 꿈꾸지 않은 자는 성경을 잘못 읽은 자"라고 말한다.

블로흐는 그리스도인이 아니지만 성경이 뿜어내는 혁명적인 에너지와 비전을 알고 설파한 것이다. 독일의 신학자로 현대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독일. 튀빙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이 있다. 몰트만은 성경과 혁명에 대한 블로흐의 말에 응하여 “성경이 없이는 진정한 혁명을 성취할 수 없다”고 했다.

몰트만이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를 읽고 감명을 받아 쓴 추천 평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블로흐의 메시아적인 철학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신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철학적 범주들을 발견하였다. 나는 그의 ‘희망의 원리’ 초판을 구입하여, 1960년에 스위스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이를 읽었다. 나는 너무나 매료되어 ― 내 아내에게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지만 ― 스위스 산의 경관을 감상할 틈도 갖지 못하였다.

나의 첫인상은 다음과 같았다. 왜 그리스도교 신학은 희망을 내팽개쳤는가? 희망은 원래, 그리고 본질적으로 그 자신의 가장 고유한 주제가 아닌가? 하지만 그 다음에 나는 자기비판적인 질문을 던졌다. 원시 그리스도교의 생생한 희망의 영은 오늘 어디에 남아 있는가?"

희망이 기독교의 본질적인 주제란 주장은 옳은 말이다. 성경은 인간사의 희망을 일러 주는 책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믿는 자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해 주는 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사도 베드로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품게 되는 희망을 말씀한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

블로흐는 또 “희망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힘이다. 그 희망은 연습해야 한다. 희망을 연습하여 희망이 깃드는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유대인이었던 블로흐는 히틀러에게 쫓겨 미국으로 망명하여 뼈에 사무치는 가난으로 인한 고통을 겪었다. 접시 닦기를 하였으나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로 그마저도 해고당하는 고통을 겪은 블로흐는 그 가난 속에서 “희망의 철학”을 구상했다.

블로흐는 그가 처음 쓴 책의 제목을 "더 나은 삶에 관한 꿈"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가 쓴 책은 책이기 이전에 굶주림의 절규였다. 그런 현실에서 블로흐는 아내가 밖에서 돈을 버는 동안 집에서 아기를 보면서 "희망의 철학"의 저술에 몰두했다.

블로흐가 미국을 떠나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찾아 공산주의 국가 동독으로 갔으나 동독에서 그의 꿈은 산산이 깨어졌다.

서독으로 피신한 블로흐는 희망의 철학으로 인정받아 투빙겐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투빙겐대학 교수 시절에도 그는 기존체제(Status Quo)를 거부하고 미래를 꿈꾸는 희망 만들기에 헌신했다. 희망은 언제나 더 나은 삶에 대한 도전이다.

블로흐는 데카르트의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빌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희망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2020년은 전 인류적으로 바이러스 ‘코로나 19’의 펜데믹(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인하여 지구촌이 어둡고 칙칙하며 희망이 없어 보이는 절망의 한해를 살았다.

한국교회는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의 공공의 적이 되었고, 교회로서의 고귀한 가치를 다 빼앗기고 잃어버린 듯해 보였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을 말씀하신다.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을 회복을 말씀하신 주께서 우리 한국교회의 회복을 기대하신다.

백신이 만들어져서 내년 봄쯤이면 우리도 백신 주사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논하고, 국내에서도 치료제가 계발되어 곧 사용될 것이라는 희망을 심고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2021년 새해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진다. 내일의 비전을 위해 "희망 만들기"가 새해에 할 일의 첫 번째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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