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죽임당한 ‘정인이는 왜 죽었나? -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를 방영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13일 생후 16개월 만에 양부모의 모진 학대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 응급실 의료진이 보기에도 아이의 상태는 처참했다고 한다. 정인이의 온 몸에는 멍투성이 였다고 방송했다.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인해 복부 전체는 피로 가득 찼다. 정인이는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숨을 거뒀다.

양부모의 학대는 학대라기보다는 살인이다. 정인이의 몸에 난 상처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정인이는 분명 양부모에 의해 살해됐다. 입양된 정인이는 271일 동안 양부모의 학대로 모진 고초을 당했다. 16개월 된 아이가 무엇을 안다고 아이로서는 감당 할 수 없는 학대를 받고, 고난을 당해야만 했는지. 방송을 시청한 국민들은 분노했다. 양부모의 소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입양을 허락한 입양기관과 아이를 보호해야 할 아동전문기관,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원망스럽다.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죽임당한 정인이의 ‘한의 소리’는 하늘에 사무쳤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취재를 시작한 후, 300여개에 달하는 제보가 쏟아졌다고 한다. 제보자들의 증언이 쌓일수록 충격적인 학대의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양부모인 장 씨 부부는 입양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고 입양 가족 모임에 참여하는 등 입양을 염원하고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정인이의 몸에 남은 수많은 학대의 흔적들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양부모 장 씨 부부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날,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정인이의 심각한 몸 상태를 전해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지속적인 학대의 정황으로 인해 5, 6, 9월에 걸쳐 무려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애기다.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거나 정인이가 양부모로부터 분리되는 일도 없었다. 분리해서 아이를 보호했어야 마땅했다. 아이는 매번 장 씨 부부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순간 정인이는 지옥에 끌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온몸에 멍이 든 걸 알아차리거나, 차에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을 목격하거나, 영양실조 상태를 직접 진단한 이들이 용기를 내 어렵게 신고했다. 하지만 정인이를 구할 수 없었다. 수사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왜 16개월 정인이의 손을 잡아 줄 수 없었을까? 이들 역시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이자 방조자이다.

검찰은 현재 양모인 장 씨를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정인이의 죽음이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는 장 씨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실수로는 아이의 췌장이 절단될 만큼의 외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취재과정서 밝혀냈다. 분명 정인이는 양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정인이의 입양을 알선한 입양단체와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다시 양부모에게 돌려보낸 아동전문기관과 수사기관도 정인이 살인의 가해자이며, 방조자이다.

아니 국민 모두가 가해자이다. 모두가 인정이 메말라 이웃의 아픔에 대해 무관심이 불러온 살인사건이다. 모두가 정인이의 학대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더라면, 죽임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공분에 휩싸인 이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사건 당일 아이에게 가해진 외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험을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16개월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폭력행위, 과연 양모 장 씨의 행동을 실수라고는 볼 수 없었다.

굿-패밀리 대표•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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