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정부에서 사용하는 ‘기독탄신일’은 ‘성탄절’ 혹은 ‘예수님 오신 날’로 바꿔야 한다.”

최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목사)가 각 언론사에 보낸 논평 제목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현재 정부의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은 성탄절을 ‘기독탄신일’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가 논평을 낸 것은 고용노동부가 낸 공문 때문으로 고용노동부는 최근 각 사업장에 ‘공휴일과 대체공휴일 보장’을 권고하는 공문에 ‘성탄절’을 ‘기독탄신일’로 표기했다.

‘기독탄신일’ 명칭의 유래는 유서 깊다.

1949년 장로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성탄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때 명칭이 ‘기독탄생일’이었다. 물론 그 때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혹은 ‘성탄절’로 불렀지, 아무도 ‘기독탄생일’로 부르지 않았고, 민간에서 발행하는 달력도 12월 25일을 ‘성탄절’ 혹은 ‘크리스마스’로 표기했었다.

불교계는 1975년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40여년에 걸친 요청 끈에 2017년 '부처님오신날'이란 명칭을 정부로부터 공식명칭으로 받아냈다.

불교계가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부터, 불교계는 기독교의 성탄절만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종교 차별이라면서 꾸준히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지정을 요구했다. 불교계의 숙원이 해결된 것은 지난 1975년. 당시 정부는 ‘어린이날’과 함께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때 기존의 ‘기독탄생일’도 ‘기독탄신일’로 명칭을 변경했는데 기존의 ‘탄생일’을 높임 표현으로 ‘탄신일’로 함께 바꾼 것이었다.

불교계는 ‘공휴일 지정’이란 오랜 숙원은 해결됐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석가(釋迦)’는 부처님이 생존해 계시던 당시 인도의 특정 부족명(‘샤카’의 한자식 표현)이지 부처님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는 것”으로 실제로 불교계가 부처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때에도 ‘부처님오신날’(부처님오신날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다)로 해달라고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는 다시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고쳐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 29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도 지속적으로 명칭 변경을 요구한 이후로부터 40년이 넘은 지난 2017년 드디어 부처님 생일 명칭이 국무회의 의결로 공식적으로 ‘부처님오신날’로 바뀌었다.

아직도 민간에서 발행하는 달력엔 ‘석가탄신일’ 혹은 ‘석탄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공식 문서엔 ‘석가탄신일’이 사라지고, ‘부처님오신날’로 통일됐다.

한국교회언론회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행한 것으로 ‘내년(2021년)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 대표’에게 보낸 이 문서로 ‘공휴일’을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 ‘어린이날’ 등과 함께 ’12월 25일 성탄절을 (기독탄신일)’로 표기하고 있다. 이 공문의 목적은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에 근로를 하게 될 경우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공지하기 위한 것이었지 딱히 ‘성탄절’을 ‘기독탄신일’로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규정에 따라 ‘기독탄신일’로 적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의 ‘기독탄신일’ 명칭이 오늘에 있어 ‘종교 차별적’임을 지적했다.

“불교와 기독교의 거룩한 날을 표기하면서, 석가탄생일은 ‘부처님오신날’로, 예수님 탄생하신 날은 ‘기독탄신일’로 표기하고, 불교의 석가는 ‘부처님’으로 하고,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는 ‘기독’으로 표시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석가모니를 ‘부처님’으로 표기한다면, 기독교의 그리스도는 ‘예수님’으로 표기해야 종교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가?”라고 묻고 있다.

“정부는 기독교에 대한 차별적 표기에 대하여, 즉각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기독탄신일’을 ‘예수님 오신 날’로 하든지, 아니면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성탄절’로 분명하게 표기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기독교계는 정부에 대해 ‘기독탄신일’명칭 개정을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명칭은 각 종교가 원하는 대로 고쳐주는 것이 옳다. ‘부처님오신날’도 불교계가 그렇게 원하는데 왜 이름 바꾸는데 40년 세월이 걸렸을까 의문스럽다. 게다가 성탄절은 지금 아무도 ‘기독탄신일’이라고 부르지 않지 않는가. 아무도 부르지 않는 ‘기독탄신일’을 정부가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의왕중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