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영 목사.

나라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만세운동이 어느덧 102주년을 맞았다. 그 어느 날보다 기념해야할 역사적, 민족적 날이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역시 대대적인 행사를 치르기에는 무리가 따를 듯 보인다. 그렇다고 그 정신까지 가둬놓고 내려놓을 순 없다. 우리는 이럴 때 일수록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아낌없이 피 흘리며 죽어간 우리 선조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솔직히 오늘 한반도는 목숨을 다해 한마음 한 뜻으로 나라를 수호하고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기에 바쁘다. 장기적 경기침체는 물론, 여전한 남과 북의 대치상황, 출산율 저하에 따른 급격한 인구감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명 위협 등 갖은 문제들이 도래했는데, 관심 밖이다. 설령 관심을 뒀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진영논리와 세력다툼을 위한 것들뿐이다. 이는 코로나 백신을 두고서 국민들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이마저도 정치당략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과연 오늘의 모습이 우리 선조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하던 나라였는지 되묻고 싶다. 분명한 것은 믿음의 선배들을 비롯해 농민, 부녀자, 학생 등 이름도 빛도 없었던 그들이 나라를 지키고자 한 것은 분열이 아닌 하나 됨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피와 땀도, 그들의 눈물도 모두 헛되이 만들고 있다. 이미 6.25전쟁 때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었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념을 넘어서 지역, 세대, 성별 등 온갖 이유를 핑계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부리는 것처럼, 생떼를 쓰고 있다. 결코 어른스러운 행동은 아니다.

더 이상 한 민족이 두 민족, 세 민족으로 갈라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산불이 났을 때 모든 소방차들이 집중해서 진화에 나서듯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온전히 세우기 위해선 잡음을 없애고 오직 하나 되어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조차 서로의 이득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 과거 IMF와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한민국 국민들이 세계를 향해 보여줬던 우리 국민성을 다시 발휘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과오는 모두 잊어버리고, 새롭게 거듭나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를 화해와 일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지금, 심신이 지친 국민들을 하나로 묶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미래로 이끌 원동력은 바로 한국교회의 기도에 있다. 3.1운동이 들불이 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것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운동이 한반도 전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여전히 손가락질을 받고 있고, 신뢰도마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그 어떠한 핍박과 억압 속에서도 고난과 역경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더 낮아지고, 더 겸손해지고, 더 손해를 봐야 한다. 그것이 작금의 시대에 한국교회에 내려진 하나님의 준엄하신 명령이자,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기 위한 사명이다.

3.1절 102주년, 비록 대대적인 행사는 못하고 축소되었겠지만, 그 정신만큼은 그 어느 해보다도 크고 웅장하길 바란다. 특히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보여줬던 나라사랑 정신을 오늘 한국교회가 계승해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깊이 새기고, 민족의 등불로 활활 타오르길 진심으로 소원한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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