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은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절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배마저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사순절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교회가 당하는 어려움이 과거 일제강점기 못지않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코로나로 교회가 사회의 공적으로 낙인찍히고 교회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확진자 때문에 주일예배도 마음대로 드리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그 책임 한 가운데 교회가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교회는 아무 잘못한 게 없어도 지탄받고 공격당하게 되어 있다. 예수님도 죄 없이 십자가를 지셨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있어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반드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 분명히 있다. 그러니 고난을 피하고 벗어나고픈 고난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되 돌이키고 ‘반면교사’로 삼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

올해 사순절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맞는 두 번째 사순절이다. 지난해 사순절은 막 코로나19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그때는 이렇게 오래 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얼른 이 위기가 사라지고 일상을 회복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대구 신천지에서 확산된 코로나가 갈수록 위세를 더하면서 우리 사회는 심한 피로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고 듣게 된다. 그러나 분명 달라진 것이 있다. 아직도 교회들마다 불평하며 원망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점점 가슴속에 와닿은 깨달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사순절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자성할 좋은 시간이다. 왜 이런 고난을 주시는지 깊이 묵상하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교회는 불평할 때가 아니라 고난 가운데 내팽개쳐진 사회적 약자들의 한숨소리를 다독여야 할 때다.

사순절 기간에 3.1운동 102주년이 들어있는 점도 의미가 깊다. 냉혹했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최대 도화선이었던 3.1운동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강성부국’이 되는 디딤돌이 되었다. 일제의 부당한 침탈에 맞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재산과 생명까지도 바쳐가며 저항한 순국선열, 애국지사들의 업적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이었다”는 논문을 발표해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일본의 역사왜곡은 흔한 일상처럼 되고 있으나 미국의 지식인 사회에까지 파고든 노골적인 역사왜곡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위안부 할머니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제로부터 당한 참혹한 인권유린은 그 당시 국권이 허약했기 때문에, 그런 나라의 백성이 겪어야 했던 비참하고 눈물겨운 현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날의 의미를 마음 한 가운데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할 줄 안다.

다시는 그런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은 말로만으론 안 된다. 정의와 공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 튼튼한 안보 위에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한민국을 세우는 일은 과거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지금 오늘을 사는 모든 세대에 공히 남겨진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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