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열 목사.

사순절 기간이다. 이번 사순절은 지난 17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4월 3일까지 40일 기간이다. 이 기간 우리는 육의 생각을 버리고, 영의 생각으로 거듭나야 한다. 믿음의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기간 동안은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하루 한 끼라도 금식을 해야 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 피 흘리심에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 사순절의 의미는 크게 퇴색한 느낌이다. 부활절과 달리 믿는 지체들도 사순절은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서 사순절에 대한 의미와 함께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는데, 뭉뚱그려서 ‘경건하고 절제하자’는 의미만 전할 뿐이다. 결국 성도들은 매일 예배 속에서 사순절과 경건, 절제란 단어는 들리는데,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저 예배만 드리면 올곧이 사순절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예배를 드림과 함께 행동으로도 사순절에 동참할 때 비로소 올곧이 사순절을 지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매일 시간을 정해 성경을 읽어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의 성경읽기가 절실하다. 부모가 성경을 읽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성경 한 구절을 읽는데 도전할 것이다. 가능하면 아이들이 쉽게 질리지 않도록 무리한 요구보다는, 스스로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유튜브나 TV 등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매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적어도 사순절 기간만이라도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자.

아울러 이 기간 기도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성경읽기와 마찬가지로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평소 기도하는 양보다 더 집중해서 기도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교회를 갈 수 없기에 가정에서의 기도 생활이 더 중요하다. 기도는 될 수 있으면 나라와 민족의 위기 극복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기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모두를 위한 기도 등 주제를 뚜렷하게 정해서 하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형식적인 모습을 탈피해 기도를 할 때 두 무릎을 꿇고 더 뜨겁게 부르짖으며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기 위해 하루 한 끼라도 금식을 하거나, 각종 오락매체로부터의 금식도 실시해야 한다. 간혹 사순절 기간에도 평소와 같이 고급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거나, 왁자지껄 떠들면서 TV프로그램에 박수를 치며 빠져드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사순절 기간 동안은 자제해야 한다. 차라리 기도시간을 늘리거나, 성경을 더 많이 읽는 것이 훨씬 좋다.

무엇보다 이 기간 동안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나눔과 섬김을 몸소 실천에 옮기길 염원한다. 하루 한 끼의 금식을 통해 줄어든 식비를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스크를 전달하거나,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것도 좋다. 교회별로 헌혈운동을 벌여 아픔에 처한 이웃을 돕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도우려고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선행을 베풀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올해는 한국교회 전체가 스스로 낮아져 사랑의 종교로서의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가뜩이나 신뢰도가 바닥을 치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는 시점에, 분열과 갈등, 이기적 행위, 섬김을 받으려는 행태 등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경건과 절제된 생활을 하고, 누구보다 낮아져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나눔과 섬김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 사순절을 통해 부활소망을 키우고, 나아가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발판이 되길 소망한다.

시인, 본지논설위원
군남반석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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