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저항 시민 간에 유혈사태가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16일(현지시간) 현재 최소 149명이 숨지고 2084명 이상이 구금된 상태라고 발표했다.

군부는 총선을 일방적으로 부정선거로 규정해 이를 구실로 지난달 1일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후 지금까지 무장군인과 경찰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된 사람이 공식 집계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3일 격렬했던 시위 현장에서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진 19살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에는 ‘모두 잘 될거야’ 라는 글귀가 쓰여 있어서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미얀마 국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지구촌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제사회가 유혈사태를 종식시킬 이렇다 할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달 2일 긴급히 열린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사태를 논의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규탄성명서조차 내지 못했다. 또 2일엔 미얀마가 속해있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으나 폭력 중단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만 겨우 발표했을 뿐이다.

이렇게 국제사회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사이에 미얀마를 장악한 쿠데타세력은 저항하는 국민들을 향해 잔인무도한 살상의 강도를 점점 더 높여가고 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했다. 미국 국무부는 3일 미얀마 군부와 긴밀한 관계인 중국을 향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주시민운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 1988년과 2007년(사프란 혁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미얀마 국민들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제사회에 미얀마의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에 지원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미얀마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는 유엔 결의 등 더욱 과감한 대응을 신속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함께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군부에 보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EU 차원의 제재를, 미국은 쿠데타 주도 세력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입국금지 조처 등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반면에 군부독재와 싸워가며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얀마사태를 보며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군인들 앞에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호소하는 미얀마 수녀의 모습은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달 24일 호소문을 발표하고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기도와 연대를 요청했다. NCCK는 호소문에서 “한국교회와 국민들과 함께 지난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 군부 쿠데타 후 폭발적으로 이어지는 국민적인 저항과 전 세계로 확산하는 국제 연대의 물결을 목도하면서 뜨거운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 및 12개 연회 감독들도 15일이 ‘미얀마의 평화를 위한 한국감리교회 감독들의 호소문’을 발표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도 13일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하여 함께 기도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총회 홈페이지에 올리고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지금 미얀마 국민들은 매일 매일을 바람 앞에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현실 앞에서 구원을 손길을 바라며 절박하게 울부짖고 있다. 주여, 저들을 사나운 이리떼 가운데서 구원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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