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성 길 목사

 85세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열 살 차이 나는 95세의 할아버지가 아내의 옆에서 병간호를 자처하며 병실을 떠나지 않았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제가 어머님 곁에 있을게요. 아버님은 들어가 쉬시고 내일 다시 오세요.”

자식들이 만류해도 아버지는 “아니다. 이 사람 곁에는 내가 있어야 해” 하시면서 아내 곁을 한시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버지까지 병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아들이 역정을 내야만 겨우 집으로 걸음을 옮기곤 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

하룻밤 해어져 있을 건데 평생 헤어지는 연인들처럼 노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새벽에 와서는 또 아내 손을 잡고 말한다.

“어젯밤에 잘 잤어? 나는 당신이 보고 싶어서 잠을 이루지 못했어.”

구순 남편이 팔순 아내의 목욕을 늘 직접 시켰다. 연세가 많은데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오는지 아내의 몸을 들 때면 번쩍 뻔쩍 들어 올리곤 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병환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의 손을 잡은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 사람 목욕은 내가 늘 시켰어. 마지막 목욕도 내가 시켜주고 싶어.”

마지막 목욕까지 허락되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아내의 머리를 잘 빗겨주었다. 그리고 아내의 손을 잡고 놓을 줄 몰랐다.

영화 〈아이리스〉의 노부부가 떠올랐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남편은 이렇게 애타게 부르며 찾아다닌다.
“이쁜아 … 우리 이쁜이 … 어디 있니?”

“당신 없으면 못 살아” 말하다가 ‘당신 때문에 못살아’ 하며 살아가는 게 결혼생활이라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더 사랑하는 부부가 있다. 시간을 이기는 사랑이 있다.

그들은 사랑에 무슨 유효 기간이 있느냐고, 사랑은 변절이 아니라 성숙의 과정이 있을 뿐이라고 말해준다. 그렇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목사인 필자는 가끔 ‘사랑’을 주제로 설교를 한다. 나를 희생해 너를 품는 사랑,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집을 나가 탕진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동구 밖에서 기다리는 아버지의 사랑, 아흔아홉마리의 양을 들에 두고,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가시밭길과 벼랑 끝을 헤매는 계산되지 않는 사랑을 우리는 기다려진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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