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순하고 착하기 그지없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혈사태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짙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간에 벌어진 싸움판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적잖게 상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만약 저 나라에서 광주에서 일어났던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더라면 전 씨 일가가 살아남기나 했겠는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살고 있으니 기가 차서 하는 말이다. 그것도 그냥 조용히 숨죽이고 미안한 생각을 가지고 조심 또 조심하며 사는 게 아니라 나라 돈을 꿀꺽 했으니 내어 놓으라는 추상같은 법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입을 싹 씻고 내 배 째라는 식으로 그렇게 버텨오지 않았는가? 왜 추징금을 내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내가 가진 돈은 29만원 밖에 없다.’ 해서 웃을 일없던 판에 온 나라 사람들을 웃게 만들더니만 이번에 되게 걸렸다. 제대로 찾고 털어서 온 국민적 부끄러움의 일부라도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어쩌면 박근혜정부가 들어설 때 그 일가는 안도의 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 잃은 소녀(?)가 몹시 가여워서 청기와 집 금고 안에서 발견한 수억을 쥐어줌으로 보험을 든 일도 있고 하니 그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지금까지 몇 개의 정부가 지나고, 몇 분의 대통령들이 대충 눈감아주고 지나갔는데 새삼스럽게 들추기야 하랴! 자기방식대로 편하게 계산하며 노부부가 마주 앉아 파안대소하였을 법해서 하는 말이다.

연일 쏟아지는 연희동 소식들은 순한 나라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을 지나 이제는 모두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저런 위인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니 그 사실이 어찌 부끄럽지 아니한가? 아들 셋에 딸, 그리고 처남에, 이혼한 며느리의 친정 식구들, 거기에 청기와 집에서 얻은 첫 손이라 하여 애지중지 했다는 어린 얘에게까지, 지고 가다가 등창이 날 만큼 엄청난 재산을 나누어 준 것으로 짐작이 간다니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난 돈 일까? 은행금고 7개에서 찾아낸 보석이며, 통장들, 순 날강도 같은 돈 많은 사람들이 나랏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만든다는 <페퍼 캄파니>인지 하는 곳을 통해서 세탁한 돈에, 수백 점의 그림들, 그리고 고액의 골프장 회원권, 30억 보험에 들어 매월 천 이백 만원을 껌 값으로 받아썼다는 이런 소식인지 소문인지 온 나라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이야기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 경관 좋은 초호화 콘도에서 묵으며 골프를 즐길 예정이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거기 모여서 같은 물에 발을 담그는 얼빠진 인사들은 과연 누구누구일까?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떠올라 괜히 궁금해진다. 이런 후안무치하고 부끄러운 인사를 경호하기 위해서 한 해에 소용되는 국민혈세가 무려 8억 원을 넘는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허긴 그렇게 지키지 않으면 남대문에 불 지른 그런 화난 사람이 연희동 집에 신나라도 뿌리고 불이라도 지르면 애매한 사람들이 고생 할 테니 지키긴 지켜야 될 것 같다. 이 부끄러움이 언제쯤이나 씻어질까?

그런데 이번에는 치매시란다. 치매라는 노인병이 그분을 찾았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게 한다. 한술 더 떠서 마나님께서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위로를 하신다니 누가 이 소식을 믿으랴! 앞으로 치매라는 병명을 전두환 병이나 추징금 회피병 쯤으로 고치면 어떨까? 이제라도 흩어놓고, 빼돌린 돈 다 모아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국고에 환수함이 백번 옳을 것 같은데...

예장 개혁 증경총회장,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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