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고(孤)는 어려서 부모를 잃은 사람을 말하고, 독(獨)은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데 이 두 글을 합한 고독(孤獨)은 홀로 외로이 지내는 사람을 통칭한다. 그러나 노인이 혼자 사는 것을 독거(獨居)라고 하고, 부모 없는 어린이는 고아(孤兒)라고 하여 엄격히 구분한다.

고독(孤獨)이란 단어의 유래는 맹자 양혜왕(위나라 3대 위혜왕) 장구(章句) 하편에 나오는 환과고독(鰥寡孤獨)에 각각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노인을 의미하여 쓰였다.

고독의 사전적 뜻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말하며, 비슷한 용도로 천애고독(天涯孤獨)이 있다.

열등감과 함께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심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통 받는다. 사람은 매우 쉽게 외로움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친구의 수(數)나 사회성 여부와 상관이 없이 주변 사람과 얼마나 깊은 신뢰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고독의 정도를 달리 느낀다.

인기절정의 연예인이나 고위직 공무원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심한 고독을 느끼는 이유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늘 에워싸여 있으나 깊게 사귀는 친구가 없어 생기는 현상으로 영어로는 Solitude 혹은 Loneliness라고 한다. Solitude는 '혼자 있어서 홀가분하고 조용하고 좋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반해, Loneliness는 '혼자 있어서 의지할 데도 없고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도 없어 고통스럽다.'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으나 최근 들어 쓰이는 고독은 Loneliness에 무척 가깝다.

이 중 Solitude의 고독은, 오히려 창의성의 원천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여러 위인들이 고독 속에서 위대한 성취를 한 경우가 많고, 최근 심리학에서도 고독의 가치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유명한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 미. 사회학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 1922–1982)교수도 사람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가지고 있던 페르소나(persona.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의미)를 벗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고 주장했고, 불세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고독은 용기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필요한 활동을 창조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고 말한 바 있다.

극심한 외로움을 느낄 때, 외로움을 잊을 만큼 몰두할 수 있는 취미생활만으로도 외로움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한다.

현대를 사는 개개인 모두 고독을 느끼는 사회에서, 서로 간에 관심을 아예 가지지 않게 되면 죽음조차도 고독 속에서 홀로 맞이하는 경우를 본다.

고독(孤獨)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을 표현하는 단어다.

이양하(李敭河. 1904∼1963. 수필가·영문학자.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교훈적 수필 ‘나무’에서 나무의 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글 ‘나무’에서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상황에도 불만을 표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현재를 즐긴다. 특히 새와 달과 바람이라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무는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하지만 나무는 고독하다고 해서 그것을 슬퍼하거나 탄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무는 4계절 내내, 그리고 밤낮으로 변함없이 곁을 떠나지 않는 고독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 그 고독을 잘 견뎌내며, 심지어 고독을 즐길 줄 안다.

사람은 자기 혼자만의 고독의 자리에서 자신을 어떻게 대하며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을 알고, 그 삶의 질이 결정 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임을 바르게 인식할 때, 깊어지고 새로워진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쁘고, 복잡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도, 여유도 없다. 심지어 성직자인 우리 목사들마저도 분주한 일과에 떠밀려 고독 속에서 하나님을 마주하고 자기 자신을 깊이 성찰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사람이 고독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본질로부터 멀어진다.

사람이 고독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날 때, 고독한 다른 존재로서의 이웃을 만날 수 있고, 각자가 지닌 외로움과 아픔을 녹여 낼 수 있고 그런 존재여야만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너무나 바쁜 일과로 진정한 자기를 잃어버리는 요즘에 가끔씩은 사람들과 일에서 벗어나 하나님 존전에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이 우리들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그 고독의 기회를 통해 진정한 자기를 만나게 되고, 이웃을 만나게 되고, 나아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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