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민물고기를 길러본 사람에게서 들은 얘기다. 야생 민물고기를 잡아 어항에 넣고 기르면 대개는 며칠 못가서 죽는다고 한다. 환경 때문이다. 거친 물살을 오르내리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물고기가 잔잔한 어항 속에 갇히면 당장은 먹이 걱정 없고, 천적이 없어 좋기는 하지만, 대신 쉽게 죽게 된다고 한다. 활동량이 적어 면역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이 야생의 물고기에게는 치명적인 셈이다. 살리는 방법은 없을까? 거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어항 속에 거머리를 함께 넣어 두었더니 이놈의 거머리가 쉴 새 없이 공격해오기 때문에 민물고기는 이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게 되고, 자연히 면역성이 강해져 건강하게 오래 생존하게 됐다고.

민물고기만 그런 게 아니다. 희귀동물인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 수컷 두 마리가 남미 에콰도르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이주해온지는 지난 2,000년 9월. 그중 한 마리가 100살이 되던 해인 2006년 병으로 죽게 되자, 남은 한 마리는 식음을 전폐하고 하루 종일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공원 관계자 말로는 하나뿐인 동료가 죽자 우울증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사육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좋아하는 먹이를 주며 원기를 돋우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과일과 영양제를 갈아 만든 유동식을 억지로 먹여서 겨우 연명시키는 정도였다. 사육사들은 마지막 방법을 사용했다. 활동성이 강한 너구리과 동물 붉은코코아티 8마리를 투입한 것이다.

평균 2살인 코코아티들은 겁도 없이 102살인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이에게 달려들어 쉴 새 없이 귀찮게 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코끼리거북이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먹지 않던 음식도 먹기 시작했다. 175Kg까지 떨어진 체중도 예전처럼 200Kg으로 회복됐다. 자기 등위에서 장난치는 코코아티들을 엎고 물 위를 헤엄쳐 다니기까지 했다. 활동적인 코코아티들로 인해 억지로라도 움직이면서 우울증도 치료되고 건강도 되찾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주변에 코끼리거북이처럼 희망을 잃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 귀찮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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