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총회의 계절을 앞두고 콘클라베를 생각하는 것은 생뚱맞은 일인가? 교황과 총회장은 그 성격이나 업무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러기 때문에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아주 바보스러운 발상일 게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총회 때마다 연중행사처럼 겪어야하는 남부끄러운 행태 때문에 라고 구차스런 구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크고 작은 교단들을 총 막나하면 200명이 넘는 총회장이 탄생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한 사람 교황을 뽑는 것과 200명 총회장을 뽑아 세우는 일은 아마 대통령을 뽑는 대선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 같다해야 할까?

그렇다고 대통령은 꽉 찬 사람이어야 하고, 국회의원은 함량미달이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교황은 무오(無誤)하다.’는 억지스러운 주장에도 수긍할 만큼 가톨릭 12억 인구는 물론이고 온 세상 사람들이 우러르는 까닭이 콘클라베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우리는 세계인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제266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치러지는 역사적인 현장을 상당히 자세하게 쳐다보는 아주 진귀한 경험을 했다. 아는바 대로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를 이르는 말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600여년 만에 85세의 고령을 고려하여 퇴위를 발표한지 한 달여 만에 소집된 콘클라베였다.

콘클라베의 선거인단은 추기경이라 해서 모두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이라야 한다. 그래서 그 수가 115명이었다. 115명의 추기경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함께하고, 오후 4시30분에 시스티나 성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켈란제로의 프레스코 천장화 아래 마련된 좌석에서 세기적인 대사를 치렀다. 콘클라베라는 말은‘열쇠로 잠그다.’는 뜻으로서 외부와 차단된 철저한 비밀회의임을 그 이름으로서 밝히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교황으로 선출되려면 115인의 추기경 중 2/3가 넘는 77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전통에서 교회의 모든 항존 직(장로. 집사)은 세례교인 투표자의 2/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는 전통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총회장 선거현장은 어떤가? 지난 몇 해 동안 계속된 감리교단의 아픈 진통이 진정된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그 아픔은 다름 아닌 대표감독(총회장과는 다름)선거의 후유증이었다. 대표적인 장로교단들의 총회장 선거는 지방색에 금권선거로 진한 얼룩이 남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궁색한 제비뽑기라는 방법을 채택한 교단도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지난 해 모 교단 총회를 앞두고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연의 사건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한 회기를 허송하고 말았다. 총회장 때문에 목을 맬 일이 아닌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총회장은 총회의 의장일 뿐 결코 교황이 아니잖은가? 그래서 콘클라베가 아닌 공개투표로, 그것도 2/3가 아닌 종다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총회 파회이후에 총회장 한 사람에게 모든 교권이 집중되는 제도에 있다는 결론은 잘못된 것일까? 이러한 제도적 폐단을 막을 수 있다면 총회의 계절마다 총회장 선거로 인하여 벌어지는 여러 가지 불미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해프닝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것은 아주 작은 사람이 기대하고 외치는 광야의 소리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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