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상목사
 탈해왕 9년 봄 3월, 호공은 대궐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보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호공의 집은 반월성 넘어 서쪽 마을과 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난 곳에 있었다. 이 숲은 너무나 우거져 대낮에도 무시무시한 느낌을 들 정도였다. 호공은 늘 길동무 삼아 하인을 데리고 이 곳을 지났다. 

 이날도 호공은 긴장한 채 시림 앞을 지났다. 밤이 깊어 조용했다. 하지만 하늘의 별들은 무엇인가 자신과 속삭이는 것 같았다. 호공은 조금 전 대궐에서 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였다. 죽은 듯이 조용하던 숲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꼬끼오 꼭! 꼭, 꼭, 꼭”
 
호공이 감짝 놀라 시림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호공은 하인에게 “너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하인 자기도 닭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며, 시림 쪽으로 다시 귀를 기울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시림에서 닭이 울다니, 그곳은 늘 신비한 구름과 안개가 서리어 서라벌사람들도 함부로 드나들지를 않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닭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범상치 않았다. 
 
호공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닭울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힘차고 우렁찼다. 그 순간 호공은 닭이 우는 쪽을 바라다보다가 그만 걸음을 멈추었다.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 만큼, ㅅ커멓던 사람이 온통 환한 광명으로 차 있고, 숲 위에는 자부빛 구름이 하늘에서 숲 속으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저것은 사람이 무엇인가 상서러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구나”

이렇게 생각한 호공은 하인을 데리고 자주빛 구름이 길게 뻗친 숲속으로 달려갔다.
 
“아아”
 
호공은 다시 한번 놀랐다. 숲속에 드리워진 구름 속에 황금빛깔로 된 상자가 나뭇가지에 걸려 눈부시게 빛나고 있지 않은가. 숲속을 환하게 밝혔던 그 광명은 바로 황금빛깔의 상자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상자가 갈려 있는 나뭇가지 아래서 하얀 닭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우는 것이었다. 

 이 닭은 분명 하늘의 닭이었다. “그렇다면 저 황금빛깔을 띤 상자속에는 틀림없이 귀한 것이 들어 있을 것이다” 호공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호공은 머뭇거리다가 다시 대궐로 들어갔다. 아무리 밤이 으슥해졌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임금에게 알려야 했다.
 
탈해왕은 마침 자리에 없었다. 늦게 왕실에 들어온 탈해왕은 호공이 다시 대궐로 들어온 것에 대해서 의아해 했다. 호공으로부터 숲속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호공을 따라 거동했다. 탈해왕은 길게 뻗쳐 있는 자주빛 구름을 보고, 나라에 경사가 난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탈해앙은 기뻐했다. 그리고 상자가 이는 곳으로 갔다. 흰 닭은 다시한번 운 다음 하늘로 날아 올랐다. 탈해왕은 한 참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다음 입을 열었다.

 “호공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내리십시오”
 
호공은 하인을 시켜 조심스럽게 상자를 내리도록 했다. 탈해왕은 손수 상자를 열었다. 상자안에서 말 할 수 없을 정도의 눈부신 광채가 나왔다. 상자안에는 잘생긴 사내아이가 누워 있다가 뻘떡 일어나 나오는 것이었다. 보통아이와 달랐다. 탈해왕에게는 대를 이를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탈해왕에게 대를 이를 아들을 내려준 것으로 생각했다. 탈해왕과 호공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았다. 그리고 이름을 ‘알지’라고 지었다./사)한민족세계선교훈련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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