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우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근대형 인간에 의하면, 개개 인간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기실현이 보장된 미래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꿈이 아메리칸 드림이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은 아메리칸 드림이 낳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이 미래의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이상적인가 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많다. [공감의 시대]를 저술한 제러미 리프킨은 이에 대해서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고 있다.

리프킨의 설명에 의하면, 오늘날 아메리칸 드림과 유러피언 드림은 인간 본성에 관한 매우 다른 두 가지 개념을 반영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율성과 기회를 중시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물질적 이익을 강조한다. 이에 못지않게 유러피언 드림도 개인의 창의력과 경제적 기회를 소흘히 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문제에도 똑같은 비중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유러피언 드림은 한 개인이 자율적인 고립 상태에서 홀로 번창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된 사회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삶의 질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공동의 선을 강조한다.

역시 리프킨에 의하면, 개인의 기회와 물질적 성공을 강조한 아메리칸 드림은 오랫동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고 삶의 이정표로 삼은 절대 기준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 새롭게 제기된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젊은 세대들은 유러피언 드림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급속한 기후 변화와 씨름하면서, 생물권의 건강과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물론 물질적인 것보다는 체험적인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안전한 사회를 유지하고, 누구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떤 미래를 꿈꾸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아메리칸 드림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유러피언 드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우려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유러피언 드림이 아메리칸 드림보다 하나님의 나라에 보다 더 부합되는 나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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