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모델로 삼고자 하는듯한 관심을 몇 차례 표현한 적이 있다. 그가 관심한 것이 한국의 경쟁 교육인지 아니면 교육 열정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교육방식이 아닌 교육 열정에 대한 관심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가 만일 교실 밖으로 밀려난 한국의 교육 현실을 직시했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본받지 말아야 할 교육 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에서 교육은 서로를 구분하고 차별하기 위한 수단이다. 자연히 경쟁에서 낙오된 학생들은 극심한 정체성 위기를 겪게 되고, 그렇다고 경쟁의 선두 자리에 선 학생들이라고 해서 안정된 미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경쟁 중심의 교육은 교육이 교실에 머물지 못하고 교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이 이해가 절실하다. 제러미 리프킨에 의하면, 새로운 시대의 지식은 사람들을 구분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유한 경험의 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교실은 경쟁보다 협력과 공감의 장이어야 한다. 교육은 개인적인 추구라기보다 협동적인 모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수학교수 유리 트레이스먼은 아시아계 학생이 아프리카계 학생이나 히스패닉 학생들보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것을 늘 궁금하게 여겼다.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는 이들 세 집단의 학생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아시아계 학생들이 함께 몰려다니면서 식사도 같이 하고, 공부에 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가설을 검증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반박하고,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 알려 주고, 함께 과제를 탐구하여 집단으로 이해하고 합의를 도출해 낸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 학생들과 스패닉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 다니고 공부도 혼자 했다.

트레이스먼은 협력 방식이 교실에서 실제 학업 수준의 차이를 가져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프리카계 미국 학생과 히스패닉 학생에게 함께 공부할 방을 마련해주고 협력해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대부분이 우수학생이 되었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교육의 목적이 경쟁이 아닌 협력에 두어야 함을 보여준 결과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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