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상 목사
옛날 우리나라의 남쪽에 용성국이란 나라가 있었다. 항상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어서 늘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라였다. 어느 해에 함달파가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올라 더없이 기쁘고 즐거웠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대를 이을 왕자가 없었다. 그래서 왕비는 새벽이면 누구보다도 먼저 일어나 하늘을 향해 빌었다.

“천지신명에게 비나이다. 저에게 왕자를 낳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이렇게 7년 동안을 하루도 쉬지 않고 빌자 왕비의 몸에는 태기가 생겼다. 왕은 물론 왕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백성들도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왕과 백성들이 기다리던 왕자 탄생의 날에는 모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왕비가 낳은 것은 아름다운 왕자가 아니라 커다란 알을 낳았기 때문이다. 시녀들은 깜짝 놀랐고 함달파 왕은 크게 노했다.

“아니 뭣이라고? 왕비가 알을 낳았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신하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왕의 눈앞은 캄캄해졌다. 왕은 한동안 어쩔 줄 모르다가 마침내 대신들을 모아놓고 방법을 의논했다. “이 나라의 왕위를 이어갈 왕자가 없어서 왕자가 태어나길 기다렸더니 왕비의 몸에서 알이 탄생되었소. 이런 일은 고금에도 없던 일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왕이 근심스럽게 말했다.

“상감마마, 왕비께서 알을 낳으신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하오니 그 알을 멀리 보내는 것이 어떨까합니다”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대신이 말했다. 왕은 신하를 시켜 커다란 궤를 만들도록 했다. 그 궤 안에 알, 일곱 가지 보물, 그리고 알을 모실 노예들을 넣어서 배에 실어 멀리 띄워 보냈다.

궤를 실은 배는 물결치는 대로 파도에 떠내려갈 데 어디선가 홀연히 붉은 용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배를 호위해 가락국 앞바다로 인도했다. 이를 본 가락국 사람들은 이상한 배가 들어왔다고 곧 조정에 알렸다. 가락국의 임금은 신하들과 함께 나와서 배를 맞이하려고 북을 치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사람을 보냈다. 그러자 그 배는 곧장 뱃머리를 돌려 계림 동쪽 아진포의 앞바다에 이르렀다.

아진포 갯가에는 할머니가 한 분 살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아진의선’이라고 하는데 바닷가에 살면서 고기를 잡아 나라에 바치는 일을 하며 살아갔다. 이날은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까치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할머니는 무심코 까치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다보니 바다 가운데였다. “세상에 저처럼 이상한 일이 있을까? 까치들은 어디서 날아와서 울어대는 것일까.”
 

할머니는 까치들이 울어대는 바다 가운데 한척의 배가 떠 있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는 곧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갔다. 할머니가 다가가도 까치들은 배에서 떠나지 않고 배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배위에 큰 궤가 있었다. 그 궤는 길이가 스무 자쯤 되고 폭이 열석 자쯤 되어 보였다. 할머니가 궤를 열자 안에서 한 줄기 빛이 눈부시게 퍼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 가운데에는 잘생긴 사내아이가 점잖게 앉아 있었고 일곱 가지 보물과 노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는 키가 석 자에다 머리 둘레는 한 자나 되었다. 할머니는 그들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정성껏 대접했다.

시간이 흐른 후 사내아이가 일곱 살이 되자 입을 열어 말을 했다. 자기는 용성국의 왕자이고 가락국을 거쳐 신라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마을의 지혜로운 노인들과 의논한 끝에 왕자의 이름을 알에서 벗어났다는 뜻에서 ‘벗어날 탈’자와 궤에서 벗어났다는 뜻으로 ‘벗어날 탈’자를 붙여서 탈해라 하였다.
 사)한민족세계선교훈련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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