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품절 남, 품절 여, 청담동 며느리, 이런 말들은 어떤 사람을 평가하는 이 시대의 요상한 단어가 되어 버렸다. 탈무드에는 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셋을 들고 있다. 히브리어 단어인데 키소, 코소, 카소가 바로 그것이다. <키소>는‘돈주머니’라는 뜻인데 그가 돈을 어디에 쓰는가? 그것을 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요, <코소>라는 단어는 본래‘술잔’이라는 말인데 그가 인생의 재미를 어디서 찾는가? 그것을 보면 그를 알 수 있다는 것이고. <카소>는‘노여움’혹은‘열정’을 말하는데 어떤 일을 보고 분노하는가? 무엇을 할 때 신바람이 나는가? 그것을 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불가근불가원이라 할까? 아니면 필요악이라 할까? 돈이 그러하니 돈주머니 역시 묘하다. 깊이 두자니 짐이 되고, 그렇다고 드러내자니 거리낀다. 돈 때문에 멋진 사람이 있는가하면 돈 때문에 형편없이 망가진 사람도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새우젓 할머니는 돈을 아주 멋지게 써서 멋진 할머니로 사랑을 받게 되었고, 연희동의 못된 할배는 돈 주머니 잘못 찼다가 개망신 떨었다.‘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라.’는 말씀은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말씀이다. 불의한 재물로 불의한 친구를 사귀는 인사를 어찌 사람이라 하랴! 목사에게 돈이라!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씀씀이에 따라서 낯이 나기도하고, 부끄럽게도 된다.

더구나 떳떳하지 못한 돈으로 치사한 짓을 했다면 그 돈은 돈이 아니다. 목사의 텅 빈 돈 주머니와 터질 듯이 그득한 돈 주머니 어느 편이 나을까? 개척해서 30년 넘게 목회하여 일천여 성도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은퇴하게 되었는데 4억을 은퇴 금으로 주더란다.‘나 평생 이 교회에서 먹었고, 다 늙었는데 이 많은 돈이 왜 필요하겠는가? 절반도 내게는 많은 돈이요.’그래서 반을 물리고 반만 감사함으로 받았다는 그 분의 카소를 누가 허물하겠는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말씀을 잊고 사는 사람이 바로 나 아닌지 살펴 볼 일이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라.’는 말씀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여기 술은 단순히 알코올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는 것 역시 상식이다. 사람의 삶에는 모름지기 락(樂)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즐거움 혹은 흥이라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맹자라는 분은 군자삼락을 말했다. 무고함이 첫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둘째 즐거움이요, 셋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것.'이라 했다. 성도 삼락, 목사삼락은 무엇일까? 항상 기뻐하라하신 그 말씀의 참 의미를 알고 누리며 산다면 그를 어찌 멋진 사람이라 하지 않겠는가? 

  분노할 일이 많다. 화가 치밀고 울화가 인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말로는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 그런 분노 말이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집이 강도의 굴혈이 되어 있는 그 현장에서 불 같이 분노하셨다. 그 분노를 누가 천박하다 하겠는가? 불의와 부도덕을 넘어 불법이 분명함에도 사랑이라는 허울로 가리고 분노하지 않는 그를 어찌 사람이라 하겠는가? 열정을 다하여 할 일이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지금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어떤 일에 미처 있는가? 이 시대를 사는 나에게 있어서 키소, 코소, 카소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을 한 번쯤 가만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