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관 목사
경제부국 선진한국을 자랑하면서도 외제선호는 꺾이지도 변하지도 않는 대세다. 국산품애용을 부르짖으며 물산장려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핏대를 세우던 때가 엊그젠데 지금 우리는 선 멋에 취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옛날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무슨, 무슨 날들이 그리도 많아졌다. 그 중에 하나가‘할로윈 데이’다. 서양 사람들의 축일을 무차별 수입해서 원조들보다 더 흥청댄다. 많은 물건을 팔아서 수입을 올리면 그것으로 되었다면 무슨 말을 하겠는가?

미국의 경우 작년 할로윈 데이 총 소비액이 80억 달라, 우리 돈 8조 5,000 억이 넘었다고 한다. 전미 소매업 연맹에서 예상한 금년도 총 소비액은 69억 달라(7조 3,200 억)라고 한다. 그 중에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초콜릿과 사탕 값이 2조 2,100억 원이라니 대단하다. 그렇게 굴러다니는 돈뭉치에 매료되어 우리나라에도 할로윈 데이를 슬쩍 모셔 들였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본다.  그럴지라도 그 날의 유래를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나서 우리아이들을 분장을 하게하고, 청년들도, 그 내막을 알고서 흥청거렸으면 좋을 것이라 싶다. 할로윈 데이는 겔트 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죽음의 신 삼하인을 찬양하고 겨울과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였다.

이날 밤에 사자의 영혼이 그들의 집으로 돌아온다는 전설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민속잔치가 오늘의 할로윈으로 진화한 것이다. 기독교가 전파된 후로는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인 11월1일 전날 밤을 할로윈 데이로 지키게 된 것이다. 할로(hallow)라는 말은 앵글로색슨어로 <성도>를 뜻하며 All Hallows Eve(=모든 성인의 날 이브)를 줄여서 할로윈(Halloween)이라 하게 되었다. 그래서 10월 31일 해가지면 아이들은 마녀, 도깨비, 요정, 좀비 등으로 분장을 하고 떼를 이루어 가가호호 다니면서 방문을 두드리면서 "Trick or treat!" (장난질을 당할 거요? 아니면 과자를 주실 거요?)을 외치면 주인이 반갑게 현관문을 열고는 집안에 준비해 두었던 사탕이나 초콜릿을 한 주먹씩 아이들이 메고 온 자루마다 넣어 준다. 어느 핸가는 그 사탕과 초콜릿에 독극물이 묻어 있었다하여 대소동을 일으킨 일도 있었다. 성탄절이 되면 문 앞에 추리를 세우고, 여러 가지 장식을 하는 것처럼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는 현관 문 앞에 혹은 창문에 호박으로 등을 만들어서 어둠을 밝힌다. 호박 등은 늙은 호박 속을 모두 긁어내고 표면에는 눈, 코, 입 모양을 오려 낸 다음에 그 속에 빨강 색 전구를 넣어서 불을 켜면 훌륭한 등이 되는 것이다. 이 등을 [잭-오-랜턴 Jack-O Lantern] 이라고 한다.

그 유래는 이렇다. 옛날에 술 잘 먹고 교활한 잭이라는 사람이 악마를 골탕 먹이고 죽자 앙심을 품은 악마는 그를 천국도 지옥도 가지 못하게 방해를 하였다. 결국 잭은 아일랜드의 추운 날씨 속에서 암흑 속을 방황하게 되었고, 너무 추운 나머지 악마에게 사정하여 숯을 얻어 순무 속에 넣고 랜턴 겸 난로를 만들어서 그 온기를 유지했다. 이것이 할로윈의 상징인 호박 등에 얽힌 전설인데, 나중에 사람들은 순무대신 호박으로 바꿨던 것이다. 

어렸을 적에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부럼을 깨고, 나물 반찬에 오곡밥을 먹고는 동무들 집집마다 찾아가 대문 앞에 서서 00야! 친구 이름을 부른다. 그 친구가 그래! 하고 대답을 하면 얼른“네 더위, 내 더위, 먼저 더위!”를 외치면 그 해 여름의 더위를 그 친구에게 팔았기 때문에 시원한 여름을 나게 되지만 친구가“내 더위!”하고 대답을 대신하면 이름을 부른 그 친구가 더위를 사간 것이 된다 해서 정월 보름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 전에 동네 친구들의 이름을 부지런히 부르며 뛰어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수입외제 말고 우리들의 순박한 축제문화를 되살려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 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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