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에서와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다투기 시작했다. 후에 에서는 에돔족이 되어 대대로 이스라엘과 원수지간으로 지내다 시나브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 그 사라졌던 에돔족이 역사 무대에 다시 기어 나오게 된다. 아기 예수를 죽이려 했던 헤롯 대왕이 바로 에돔족 출신이다. 역사의 악연이 이보다 더 질길 수 없다. 우리는 원수가 내 밖에 있는 줄로만 안다. 그러나 마땅히 내 안에 있어야 할 관계가 내 밖에 있게 될 때 원수가 된다. 야곱과 에서가 그러하다. 이들은 서로를 자기 밖으로 밀어냄으로서 원수가 된 것이다. 마틴 부버의 말대로 ‘나-너’의 관계여야 할 이들이 ‘나-그것’의 관계가 된 것이다. 반대로 마땅히 내 밖에 두어야 할 것들이 내 안에 들어왔을 때도 원수가 된다. 명예, 돈, 권력, 소유욕 등 ‘그것들’이 내 안에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면 영혼을 갉아먹는 원수가 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돈은 아래서 위로 흐른다. 물은 차면 넘치지만, 돈은 넘치는 법 없이 쌓이기만 한다. 그리하여 물은 흐르는 대로 두어도 되지만, 돈은 쌓이는 대로 내버려두면 안 된다. 강제로 흘러내려가게 해야 한다. 나라의 역할이 그것이다. 부자에게서 얼마만큼 세금을 거둬서 나라 살림에 쓰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흘러가게 할 것인지는 그 나라가 지닌 철학과 정책이 결정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대한민국은 부자만을 위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돈이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로만 쌓이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민심 갈라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스도인은 택하신 족속, 왕 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 그의 소유가 된 백성(벧전 2:9)이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이 어둠에 속했던 이들로 하여금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신 것이다. 나라의 평화는 이런 자긍심에서 나와야지 인간의 조바심에서 나오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살기 어렵더라도 하나님의 참으심을 믿고 적개심을 다스릴 때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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