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의 오자서는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초나라의 평왕에게 살해당한 후에 오나라로 도망쳐서 오나라의 왕 합려의 신하가 된다. 합려가 초나라를 공격하는데 일조를 하여 승리를 거둔 뒤에 그는 아버지와 형제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이미 죽은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의 시체를 꺼내어 300 번에 걸친 채찍질을 하여 분풀이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 신포서가 오자서의 행동을 질책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들고 온 신포서의 사람에게“이미 날이 저물었는데 갈 길이 멀어서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지만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글을 써 보낸 이 글이 도행역시의 유래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교수는 중앙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데 그분은 추천의 변을“박근혜 정부의 출현이후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날이 저물고 갈 길이 멀다 해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쓰는 법은 없다. 지금 철도노조의 파업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들고 민주노총 사무실로 위원장을 체포하러 갔다가 체면만 구기고 돌아섰다. 그리고 노조는 28일에 총파업을 하겠다고 각을 세웠다. 이에 대하여 대통령은 어렵다고 원칙을 포기하면 장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실로 모두가 도행역시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때에 국정원의 수장은 국회에서 1월부터 3월까지 북쪽의 도발 위험성이 있다는 보고를 했다. 나라가 지금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하나가 되어 나라 지킴이가 되어야 도 부족할 것 같은데 도행역시라니 말도 안 된다.
교회는 어떤가? 성탄절을 앞두고 연속적으로 불거진 듣기 민망한 소식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PD 수첩은 [프랑스의 나비부인]을 날렸고, 가장 보수적인 교단으로 자처하는 한 교단의 원로목사가 일으킨 황혼의 주책바람은 교단을 쪼개는 극약처방으로 치달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해서 젊은 집사들이 개혁집사회를 출범시켰다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미국에서 전해 온 소식 역시 어둡다. 미국교회 목사들의 도덕성이 7위로 내려앉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세 가지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첫째는 성 스캔들, 둘째는 돈 문제, 그리고 표절이라고 했다. 여기나 태평양 건너나 사람 사는 세상은 매 한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에는 그 무엇보다도 도덕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그런 것 말고 정말로 뼈를 깎는 자성에 자성을 더 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To Do)이 급한 것이 결코 아니다. 우선 되어야 한다.(To Be) 학창 시절 우리를 가르쳐준 스승들께서는 무엇을 하라고 강조하지 않고 되라고 가르쳤다. 신자가 되라, 학자가 되라, 성자가 되라, 전도자가 되라, 목자가 되라. 때 늦었지만 새해에는 하려고 애쓰지 않고 되기 위해 몸부림치리라 다짐 한다.
정치와 나라의 현실을 염려해서 도행역시라는 말로 브레이크를 잡은 교수들은 희망의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다고 한다.“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말 대로 구태를 훌훌 벗어 버리고 새로움으로 옷 입는 2014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