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대한민국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4일 ‘2013년 사회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소득과 관련해서 ‘나의 사회적 지위는 하층이다’는 대답이 무려 46.7%이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하층민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57.8%가 부정적이다. 그만큼 빈부의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물론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빈자를 위한 교회’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난이 고착화되어가는 세계를 향해 사제와 신도들이 “사회 통합과 인권, 시민권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을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마침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최근 시론에서 지난해 11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번째 사도적 권고문, ‘복음의 기쁨’이 우리 시대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주지시킨 바 있다. 권고문은 가톨릭교회와 세계가 직면한 숱한 문제들을 포괄하고 있다. 교회와 가톨릭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각자 말할 수 없이 신성한 존재임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권고문의 두드러진 면은 ‘가난’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즉 예수가 가난하고, 늘 가난한 이들과 어울렸듯이, 교회도 스스로 가난해지고, 세상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교황은 “안온한 성전 안에서 머무는 고립된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서 멍들고, 아프게 하며, 더러워진 교회를 더 원한다”고 말한다. 교황의 ‘아프게 하는 교회’라는 표현에는 세계를 비윤리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통제받지 않는 자본과 특권층에 대하여 교회가 늘 고분고분한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단지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교황이 강력히 문제로 삼는 것은 소수의 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불균형 상태를 만들어내는 논리, 즉 시장의 절대적 자율성과 금융투기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이다. 교황의 ‘복음의 기쁨’에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표현이 풍부하다. “진정한 평화는 정의를 통해서만 실현된다.” “부의 분배나 빈자들의 인권이 사회 통합이나 평화라는 이름으로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

교황은 예전 브라질의 반체제 성직자 카마라 신부가 했던 유명한 말도 인용하고 있다.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내가 빈곤의 원인을 물어보면 그들은 나를 공산주의자” 라고 한다는 것이다. 교황의 생각이 이럴진대, 한국교회는 오늘날 구조적인 가난에 대해 어떤 답을 지니고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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