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경치

                     육명길


섬에
바람이 일고 있었도다

백일 동안
백일홍이
피고 지고 하였다

가끔
새들도
울었다

마침내
노랑나비가
날라왔도다

진달래꽃
피었도다

장미
꽃 피었도다

국화꽃이
피었도다

아들

네 식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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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영 장로(장로, 시인, 문화평론가)
무인도의 꽃은 마지막 연에서 가족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가정에 꽃 같은 식구들이 생김으로 오는 무인도가 아닌 사람이 사는 장소로 변한 감격을 말하고 있다. ‘피었도다’ 등 감탄어미가 들어간 말에서도 화자의 그런 심리를 알 수 있다.

언어를 토막 내는 듯 짧게 행갈이를 하고 있다. 이것은 말 한 마디에서 조차 담겨진 의미를 가지려 함이다. 첫 연의 ‘그/ 섬’이란 곧 사람이 없는 섬이다. 장소는 있어도 사람이 없는 것은 분리된 장소로 고독의 상징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사람이란 구체적으로 식구라는 말을 통해 삶을 나누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가정 내의 구성원인 가족으로 한계를 둘 필요가 없다. 삶을 나누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모든 존재라 한다면 그것은 식구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왜냐면 그 무인도에 나오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 각종 꽃이다. 나비, 새, 꽃들로 암시되는 사물은 다양한 인격의 존재를 말하고자 함이다.

무인도라는 섬은 아무것도 없는 장소, 즉 섬은 생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 고독의 장소다. 그 섬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것은 바람이다. 바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꽃과 연결하면 봄이란 시기를 말함이다. 그러나 각종 생명체를 말함은 종교적 암시를 말하고 있음을 상상하게 한다. 시인이 목회자라는 전기적인 면에서 유추하여 상상한다면 그것은 성령임을 암사한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연의 네 식구를 구체적인 상황으로 말하고 있다고 인정한다면 무인도란 자식이 없는 가정을 지칭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가족이라는 의미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말이다. 

시란 본질적으로 노출을 꺼린다. 은유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을 은폐하고 새로운 의미의 지시를 하는 시의 기능에서 생기는 언어전달의 애매성이 시의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시는 결국 체험을 바탕 위에 상상을 연결하여 만들었기에 시를 읽는다는 것은 정답이 없는 정답을 고르는 작업과 같다. 이 말의 의미는 시인이나 독자의 입장에서 모두 동일하다.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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