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출산
박재화
딸이 딸을 낳았다
내 품에서 재롱떨던 것이 어느 새
제 분신을 내놓은 것!
딸이 낳은 딸을 보며
저리 똘망한 생명을 불러온
위대한 모성 앞에 무릎 꿇었다
중앙아시아 초원
모래바람 속에 혼자 새끼 낳으며
사투를 벌이던 흑염소 앞에서
떨며 두 손 모았듯
딸이 딸을 낳은 무량한 침대 앞에서
나도 모르게 두 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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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에서는 딸의 모성애를 외손녀를 통해서 진술하려 함이지만 2연에서는 생명 자체를 감탄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개인적인 애정에 대한 의식에서 더 한걸음 나아가 종교적인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생명자체에 대한 경외감에서 오는 감사한 마음을 외손녀의 출산을 흑염소와 비교하여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화자가 본 흑염소의 새끼를 낳는 경험이 외손녀의 탄생을 통해 확대된 생명의 신비로움으로 감사의 두 손을 모은다는 장면은 종교적 심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즉 첫 연은 외손녀를 통한 모성애의 통찰이라면, 2연은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말하고자 함이다.
“사투‘라는 말에서 생명 보존의 경외심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인류사 면에서 볼 때 한민족의 이동 경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면으로 해석한다면, 외손녀는 무궁한 역사를 이어져 내려온 역사적 존재라는 말로도 해석이 된다. 그 말은 외손녀를 통한 생명의 경외심은 곧 하나님의 창조섭리로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초원과 침대를 연결하여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려는 면도 보게 된다.
이처럼 시는 숨겨서 노출하는 이중적인 기능을 취한다. 이것이 은유이며 그 방법이 암시와 응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예시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