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협은 ‘재난의 의미와 우리의 자세’란 주제의 월례발표회를 통해 재난 발생 시 신속한 구호활동을 펼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중요한 임무임을 확인했다.

기복신앙 심취해 윤리 없는 신앙이 인재사고의 주체
“‘잘 다스리라’는 창조명령을 어길 때 대가 따른다”

초강력 슈퍼태풍, 집채만 한 쓰나미, 진도 9이상의 대지진, 폭설 등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재해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유래 없는 이상 고온과 한파의 역습으로 생태계는 물론, 인간까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미처 손쓸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재난은 모든 것을 순식간에 앗아간다. 하지만 재난에 대비하는 인류의 노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처럼 뒤늦게 후회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재난에 대비하는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특히 한국교회의 자세는 무엇일까? 가장 쉬우면서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인류에게 주는 자연의 마지막 경고, 이를 대하는 한국교회의 자세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가 열려 한국교회의 관심을 한데 모았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는 월례발표회를 지난 14일 서울영동교회(담임 정현구 목사)에서 ‘재난의 의미와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란 주제로 가졌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를 비롯해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담임), 김윤희 교수(CCC 상근이사)가 나서 신학적 관점, 목회적 관점, 성서적 관점, 윤리적 관점에서 각각 발제했다.

먼저 신학적 관점에서 재난의 의미와 우리의 자세에 대해 살펴본 김영한 교수는 재난의 고통이 왜 왔는지 질문하기보다, 무엇을 위해, 무슨 목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를 스스로 기도하며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악과 재앙, 죽음과 질병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귀속되는 것으로 교인들은 재앙에 대해 논할 때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논해야 한다”면서, “재난과 그것이 수반하는 무자비함, 냉혹성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 오로지 십자가상에서 우리와 연대하신 그리스도를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김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자연 자체가 가진 맹목적 의지에 의해 우리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재난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자연의 재난과 세계의 사건을 맹목적으로 읽지 않고, 심판과 은총으로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직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봉호 교수는 ‘자연재난과 윤리적 책임’이란 주제발제를 통해 자연재난이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구호활동을 펴는 것은 모든 시민들의 윤리적 의무이지만, 특히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중요한 임무임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자연재난의 피해는 인간의 악에 의한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면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에서 봤듯이 자연재난에 대해서 하나님의 책임을 묻는 것보다는 그 피해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큰 해악을 가져오는 인간의 책임을 묻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손 교수는 “우리는 자연재난을 막을 능력은 없지만, 그 피해를 줄일 책임은 있다”면서, “다른 사치를 축소하더라도 재난을 예측하고,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 교수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구조할 수 있는 장비, 훈련, 시설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분위기와 여론 형성에 앞장 서는 것도 그리스도인들의 윤리적 의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화 목사는 목회적 관점에서 재난의 의미와 자세에 대해 살펴봤다. 박 목사는 특히 ‘하늘나라의 뜻’이 왜곡되어 실현되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더불어 교회가 세상을 염려함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근심되게 바라보는 현실 속에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인간의 능력과 책임의 불균형 속에서 각종 재난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지진이나 쓰나미는 지구과학적 연구와 예측을 통해 사전예방책을 세워야 하고, 피해 이후에는 사랑과 위로의 봉사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또 “소위 인재의 극치에 속하는 각종 대형, 소형 사고의 경우 인간의 능력을 빙자한 죄악의 결과로, 기독교인의 경우 기복신앙에 깊이 심취해 개인적으로 윤리 없는 신앙, 도덕적 책임 없는 신앙 맹목주의가 인재사고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면서, “신앙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결합임을 깨달아야 하고, 축복신앙은 하나님 앞에서의 사랑의 책임과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책임이 만드는 결실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강단에 축복복음으로 포장된 세속은 넘쳐나는데, 하늘나라의 신앙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교회는 주일의 신앙생활 공동체로만 존재하고, 주간 중에는 전혀 생활신앙 공동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자기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함몰되어 십자가 없는 부활승리를 말하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까지 매도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 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들 교회가 하나님 나라 자체가 될 수는 없으나, 그 나라의 증표로서 역할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윤희 교수는 △산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라 △피해자와 하나님의 관계에 맡겨라 △무조건 사랑하라 △‘다스리라’는 책임을 다하라 △종말론적 관점의 끈을 놓지 말라 등 성서적 관점에서 본 5가지 우리의 자세에 대해 요모조모 살폈다.

김 교수는 먼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란 누가복음 13장 5절 말씀은 예수께서 교훈으로 주신 것으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재난으로 죽은 사람에 대해 신학적 심판론을 거론할 것이 아니라, '죽음'을 숙연히 보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으로 삼으라는 경고의 말씀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남의 고통을 보면서 ‘재난 저주론’을 제 삼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피해를 당한 당사가 각자가 하나님의 관계 속에서 발견하도록 맡겨 두어야 한다”면서, “이것은 그들 고유의 영적인 관계와 성숙도의 문제로, 어떤 이들은 살아남은 것에 대해 은혜로 받아들일 것이고, 어떤 이들은 징계나 경고로 받아들여 회개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의 길을 발견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난에 대해 ‘신은 옳은가’란 신정론적 질문보다는 ‘인간이 옳은가’란 인정론적 질문을 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생태계 파괴와 기술문명이 야기한 인재로 인한 재난들에 대해 최근 대두되는 ‘eco-theology’나 ‘창조-환경신학’의 조명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현대의 재난들은 하나님의 간섭이 아니라, 인간이 자초한 것이 많으며, ‘잘 다스리라’는 창조명령을 어길 때에는 거기에 대가가 따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마태복음에서는 자연재난만이 아니라, 세상 끝에 있을 많은 다른 징조들도 함께 말씀했다”면서, “자연 재해를 보면서 종말의 때를 살피며 복음을 전하라는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것이 재난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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