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쪽물 치마 모시 저고리가
  8월이 오면
  파란 하늘에 펄럭입니다.

  어머니 은가락지는
  세월이 가도 더욱 반짝입니다.

  동백기름 쪽진 머리 위로
  고추잠자리  비켜 가고
  8월이 오면
  동백기름 코끝에 서리어 오네.

  세월은 종종 걸음 쳐
  희미하게 멀어져간
  어머니 쪽물치마

  눈이 부시도록
  어머니의 모시 저고리가
  8월이 오면
  서럽게 그리워 옵니다.

▲ 정재영 장로
    내용은 간단하다. 8월 하늘색인 쪽물 색을 보니 마치 어머니 모시 옷 생각이 나서 그리움이 절절하게 난다는 말이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시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배치한 구성이 얼마나 치밀한가 하는 문제다. 시란 앞뒤전후가 조직적이어야 한다. 그 조직이 타당성이 있는 논리로 짜여있어야 한다. 
1연의 하늘, 2연의 은가락지, 3연의 동백기름을 의도적으로 배치해두고 있다. 그런 사물을 사전에 매복시켜둔 이유가 4연에 가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즉 하늘색에서 쪽물치마를 이끌어내면서 마지막 연에 가서 하늘과 어머니의 모시저고리를 들어 화자가 본래 의도한 정서를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의 결론인 4, 5연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는 연유, 곧 사모곡(思母曲)의 연유는 하늘이다.

하늘색과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의 중첩 배치는 이 작품이 사전에 치밀하게 의도적으로 시도한 점이다. 이 점에서 작품을 문학성을 깊이 스며들게 하려고 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 의도적인 자세가 창작의 기본이다.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해서는 시가 되는 경우란 없다. 시란 바둑을 두는 것처럼 계획적으로 언어를 운용한 미학적 결과물이다.

이 작품 구성의 특수한 점은 이질적인 성분의 동원이다. 8월은 더운 절기다. 그러나 모시옷은 시원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질인 더위와 시원함을 배치시켜 어머미라는 어머니로 융합시키는 작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무더위를 모시옷의 시원한 감각으로 치환해내는 기전, 즉 상반된 이미지인 무더운 계절이 산뜻한 이미지의 어머니로 시각화 되는 점에서 융합시학에서 말하는 양극화의 이미지가 새로운 이미지로 융합되는 기전을 발견하게 된다.

또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동백기름의 쪽진 머리와 쪽빛 하늘색깔로 언어유희를 만들고 있는 점이다. 이것도 융합시학에서 중요시하는 기상(conceit)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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