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저물고 있다. 한국교회에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은 한 해였다.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은 확연히 감소했다.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사랑·정의·나눔·섬김 등 교회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옛 말이 됐다. 대신에 그 자리를 독선·교만·배타적·안하무인·이기주의 등의 이미지가 빠르게 대체했다.

지난 한 해,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희망과 소망이 되지 못했다. 어둡고 혼탁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예언자적 메시지도 전하지 못했다. 방황하는 영혼을 구제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에 한국교회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조롱하고 손가락질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 상에는 교회에 대한 비방글이 넘쳐났으며,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풍조가 심화됐다. 교회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안티 기독교세력의 집요하고 무차별적인 공격 때문이라고 강변하지만, 그 원인을 교회가 제공했다는 것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어찌 보면 교회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것이 그 가장 큰 이유였다. 교회 스스로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지난해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 속에서 소모적인 한 해를 보냈다. ‘한국교회 역사는 분열의 역사’임을 반증하듯 교단분열과 이합집산이 잇따랐다. 연합과 일치운동 역시 대형 교단들의 횡포와 중소교단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충돌과 불협화음을 냈다. 한기총은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쪼개져 한국교회의 분열양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교회분열도 심화됐다. 많은 교회가 갈등에 휩싸였다. 목동제자교회와 강북제일교회, 광성교회 등 굵직한 교회들이 여전히 내분과 갈등 속에서 법적다툼으로 소모적인 한 해를 보냈다.

진보와 보수간의 갈등도 심화됐다. 특히 보수주의신학과 자유주의신학간의 충돌을 불러오며, 신학적인 논쟁을 넘어 진보와 보수간의 첨예한 보혁갈등으로 치달은 WCC문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교회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간의 격차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회세습으로 인한 사회적 비난도 증폭됐다. 지금은 작고한 원로목사의 교회세습 참회로 관심을 모았던 C교회를 시작으로 K교회, S교회, G교회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교회들이 버젓이 세습을 자행했다. 모범이 되어야할 대형교회들이 오히려 앞 다투어 세습러시를 이뤘다. 사회적 비판의 시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부끄러움보다는 자신들의 세습을 정당화하려는 모습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의 반작용으로 감리교가 교회세습방지 법안을 마련해 통과시켰으며, 다른 교단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교회세습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가 공식 출범, 교회세습이 권력화 된 한국교회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교회갱신을 위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각 교단마다 세습금지를 위한 입법운동을 목표로 세습인식여론조사, 세습단행본 출간, 정기포럼, 세습반대서명 및 서약운동, 사회와 교회의 여론형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세습의 근본원인인 교회리더십 교체의 바람직한 방향 제시와 건강한 청빙문화 확산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교회는 과거 나눔과 섬김, 사랑을 실천하며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교회는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에 이르렀으며, 세상 사람들이 도리어 교회를 걱정하는 처지에까지 이르렀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고, 사회의 빛과 소망이 되기 위해서는 교회 본연의 자세인 나눔과 섬김, 사랑의 실천으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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