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신학자 하비 콕스는 “교회가 세상을 버리면, 하나님은 교회를 버리신다”고 했다. 최근 한국교회의 행태를 보면, 머지않아 하나님이 교회를 버리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교회에 대한 비판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교회를 둘러싼 비판에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다.

최근의 기독교 혹은 교회에 대한 비판은 이전의 비난과 구별된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교회에 대한 비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 등 언론 지면에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기독교나 교회에 대한 반감, 비난 일색과는 구별된다. 여기서 우리는 비판과 비난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교회를 향하는 곱지 않은 시선과 무수한 화살들은 비판인가? 아니면 비난인가? 일각에서는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에 마녀사냥식 비난을 받고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는 변명이며,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무조건 우리를 비난한다고 매도하거나, 성질을 낼 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객관적인 사실, 즉 팩트에 대한 명분 있는 비판이 주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원인을 모르는데 병이 나을 수 없다. 왜 아픈지, 왜 병이 들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식한 후에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다. 우리를 비난한다고 해서 비난하는 손가락을 쳐다보고 험담할 일이 아니다. 냉철하게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왜 가리키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논란이나 비판의 중심에 선 교회와 목회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 사회의 일반적인 윤리의식 수준이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교회들은 대부분 한국교회에서 내로라 하는 영향력을 가진 교회들이 많다. 건축특혜 논란을 빚은 A교회, 폭력 시비로 말썽을 빚은 B교회, 성추문에 얽힌 C교회, 잡음이 끊이지 않는 D교회, 돈문제로 시끄러운 E교회, 성추문과 폭력에 휩싸인 F교회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논란이 된 사건도 종류도 다양하다. 돈 문제, 여자 문제, 감투싸움 문제 등 일반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다고 큰소리치기도 힘들다. 이러한 문제는 개교회 뿐만 아니라 교단이나 교계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태들은 교회법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대부분 사회법정으로 가고 있다. 교회 스스로의 해결능력과 자정능력을 상실한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세상의 비판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불미스러운 사건의 중심에 대부분 목회자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소위 한국교회의 지도자라 하는 목회자들이 말이다. 그만큼 한국교회에 인성과 영성, 도덕성을 갖춘 목회자들이 적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 하셨다.

그러나 그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자처하는 오늘날 목회자와 성도들이 예수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 그의 발걸음을 좇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십자가에 못 박고 있다. 세상을 버린 교회가 어떻게 세상을 구원할 수 있나. 하나님이 버린 교회가 어떻게 구원을 받을 수 있나. 오늘날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우리들이 곱씹어야 할 물음이다.

예장 통합피어선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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