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신문처럼
  허무한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하루의 꼬리표가
  어지럽게 바람에 뒹굴고

  막연히 기다리는 마음
  오늘도 당신을 잊은 채
  빨간 주마등만 바라보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버스 종점에 내렸다

  차창에 스쳐간 그림자
  오늘은 내가 무엇을 했지?
  반짝이는 십자가 앞에
  늘 후회되는 바람 소리


▲ 정재영 장로
종점이란 말은 매우 상징적인 언어다. 개인적인 죽음을 말하는 종말이나 역사가 끝나는 소위 주님의 재림을 말하는 역사적 종말론을 지시하기도 한다. 

 이 작품 안에서는 하루의 삶의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버스 종점이다. 하루를 공식적으로 마치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만나 이제부터 개인적인 삶만 남은 공사(公私)의 시간이 구분되는 지점을 뜻한다. 사회적인 시간과 개인적인 시간의 경계 지점인 것이다. 그 지점에서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화자가 하루를 돌이켜 보고 반성한다는 고백을 담은 내용이다. 

 첫 연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하루의 일이란 귀가 시간 전에 해결되지 않은 여러 일들을 말하고 있다. 그것들은 화자에게 사회적 중요한 기사가 될 만큼의 사건, 즉 석간신문에 나온 여러 사연처럼 화자의 하루일도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두 째 연에서 ‘막연히’이라는 말을 보면 화자 자신도 그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종점을  알려주는 빨간 십자가 표시 앞에서 종점이 다 온 줄 알고 하차하는 순간, 하루를 반추해보는 신앙적인 동기를 발견하고, 버스 차창에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하루의 일과를 회상하면서, 화자는 하루의 삶을 그 삶을 주신 절대자를 잊고 의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내가 무엇을 했지?’라는 말에서 부질없는 일을 했다는 의미와,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신앙대상 즉 주님의 인도를 요구하지 않고 보낸 시간들을 반성하는 것이다. 화자의 무력함과 인간 한계를 고백하는 것이다.

 앞에서 종점을 확대해석할 필요 없다 하였지만 어차피 시가 가지는 함축성에 의해 종점을 개인적인 종말론으로 해석해도 그리 무리하지 않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 종점에서 한 생애를 하루로 비유해 봐도 종점이 지시하는 의미는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임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시란 만든 사람의 시야와 읽는 사람의 시야가 서로 달라도 전혀 오류가 아니다. 작품은 독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독자 입장에서 그렇게 읽어달라고, 그래도 무방하다고 사전에 양해 받은 글인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시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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