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 속 여성들의 인권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교단과 교회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우월주의와 권위주의로 여성 교인 도우미로 전락
담임 목사 신격화 성폭력 사건 재발시키는 악영향 줘

올 한해도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두드러졌다.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섬세함과 차분함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정치, 경제, 법조계의 문을 두드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꿈을 키웠고, 금배지를 단 여성 국회의원도 무려 15.7%에 달했다. 법조계에서도 여성들의 비율은 증가했고,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는 여성 경영인들도 두각을 나타냈다. 사회 속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격차가 많이 좁혀진 모습이다.

한국교회 여성지위 시대역행

하지만 유독 한국교회 울타리 속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를 걷고 있다. 올해도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성폭력, 남녀불평등 등 여성이기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 문제는 여성들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혀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 결국 사회 속 여성들의 지위는 날로 증가하는 마당에 한국교회 속 여성들의 지위는 과거와 똑같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다.

여성 목회자의 안수를 허락하는 교단들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마다 여성 목회자 안수 통과의 건이 다뤄지지만, 통과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힘들다. 교단 간 통합을 앞두고도 여성 목회자 안수를 둘러싼 의견 불일치로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각 신학교의 교수진도 대부분 남성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간혹 여성 교수들은 예체능계통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교단 안에서도 여성 목회자들은 중심에서 벗어난 역할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교단의 총회 결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의 경우 총대 1500명 중 여성 총대는 14명(목사 4명, 장로 10명)으로 비율은 고작 0.9%에 불과했다. 또한 기독교한국루터회는 74명 중 여성 총대가 2명으로 2.7%였고, 그나마 여성에게 비교적 개방적이라는 한국기독교장로회도 734명의 총대 중 여성은 7.8%(57명)에 그쳤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시 총대 1392명 중 여성은 4.96%(69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교단 안에서의 여성 목회자들은 형편이 조금은 나은 편이다. 목회자의 신분이 아닌 일반 평신도 여성들의 지위는 말 그대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교회의 여성 교인 비율이 전체의 60%가 넘어가는 수준이지만, 이들의 숫자는 그저 교인수를 산정하는 수준에 그친다. 아무리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와 헌신으로 한국교회를 섬겨도 이들의 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시당한다고 하는 편이 맞는 말이다. 철저하게 여성으로서 차별받으며, 교회 안에서 그저 도우미로서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개교회 안에서 여성들은 구역과 셀 모임, 성가대, 바자회, 청소, 행사 안내, 식당 봉사 등 전반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교회 예산을 정한다거나 주요 당회 때에 여성들의 참여는 극히 희박하다.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교회 속에서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있다. 남성우월주의와 권위주의적 생각으로 인해 능력 있는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채 펼치기도 전에 무시당한다. 여성 교인들은 높아진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건의 남성에 비해 채용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는 곧 한국교회의 부흥과 발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 속에서 여성들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참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또한 성역할 고정관념에 매여 여성 리더를 세우지 않은 채 여성을 차별하는 한국교회 상황과 남성 중심적, 장로 중심적 의사결정 과정을 시급히 개선하길 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와 교단의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양성평등교육을 통한 평신도와 목회자의 의식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 심각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성적 모욕감을 주는 말이나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은 흔한 일이다. 담임 목사가 자신의 권력을 무기로 여신도들에게 성폭력을 자행하는 사건은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도 교회이기에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반응이 강하다. 평소 담임 목사를 맹신하는 교인들이기에 ‘성추행’ 같은 부도덕한 문제가 발생해도 오히려 담임 목사를 보호하기에 바쁘다. 이들은 담임 목사의 추태에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을 향해 악착같이 덤벼든다. 목회자가 신격화되어 사회적 비난마저 무시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모 교회의 담임 목사의 여신도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교인들은 담임 목사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쪽과 문제가 있다면 밝히자는 쪽으로 나뉘어 교회분열까지 이어졌다.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이 난 목회자의 경우도 일부 장로들이 끝까지 사실을 덮어두고 넘어가자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정작 잘못을 한 담임 목사는 버젓이 고개를 들고, 사회적 손가락질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심지어 쫓겨난 목회자가 다른 곳에서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한국교회 안에서 부도덕한 사건사고는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 속 뜻있는 여성들은 더 이상 여성들이 성폭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우선 교단과 교회 내 성문제를 다루는 전담기구를 설치, 사전예방과 책임감 있는 문제 해결을 담당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성윤리를 위한 목회자 자체 정화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성차별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기존 목회자, 신학생, 개교회에 의무화하여 적극적인 대처방향 등의 보다 실질적인 교육을 남녀 모두에게 실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교회 내 성별 간 권력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남성 중심의 서열과 위계질서를 해체할 수 있는 조직구조의 개편을 시급한 과제로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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