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피는 꽃

이 세 영

뽀얗게 쏟아지는
아침햇살
숲속의 잎들은
얼굴을 내밀고

엄마의 포근한 품에서
젖꼭지 물고 있는 아이같이
찬란한 태양을 빨며
미풍에 살랑살랑
왈츠를 추면서도
떨어질 줄 모르는 포옹
싱그럽고 절절한 생명은
별빛처럼 피는 반짝반짝
아침에 피는 꽃이여

사랑의 메시지는 온 누리에……

▲ 정 재 영 장로
이 작품은 감각적 언어를 동원하여 투명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침햇살이 ‘뽀얗게 쏟아’진다고 하는 것이나, ‘살랑살랑 왈츠를 춘’다거나 ‘반짝반짝’ 아침에 핀다는 것이나 모두 그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숲속의 잎을 얼굴로 보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그 이파리가 햇빛을 받고 있는 것을 태양의 젖을 빨고 있다고 하는 표현은 수사학적으로 역발상이다. 역발상이란 사실적 관계를 거꾸로 보는 상상의 세계다. 이것은 문학창작에서 아주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이것은 사실(fact)은 의도적으로 왜곡시키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진실(truth)을 말하여 기상(conceit)을 만든다. 

 첫 연에서도 햇살이 비쳐 잎이 잘 보인다는 말을 햇빛에 잎이 얼굴을 내민다는 말처럼, 행동의 주체를 바꾸는 일은 시인의 새로운 상상의 시각에 기인한 것이다.

즉 잎에 태양이 비친다는 말은 햇빛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며, 반대로 잎이 태양의 젖을 빤다는 것은 잎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침에 피는 꽃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인 것이다. 생명의 강인함을 시각화시키기 위해 ‘떨어질 줄 모르는 포옹’이라는 언어를 동원하고 있다. 곧 비가시적인 생명의 모습을 가시적으로 시각화시킨 형상화 작업이다.

왈츠는 보통 군무(群舞)다. 왈츠라는 무용동작을 통해 축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말이 지시하는 생명력은 공동체의 생명력을 말하려 함이다. 

 아침에 피는 꽃을 밤에 피는 별에 비유하고 있음도 특이한 점이다. 아침은 보편적으로 이슬이나 신선한 바람 등으로 비유한다. 그러나 아침과 전혀 이질적인 밤의 사물에 기대고 있다. 이것은 융합시에서 말하는 상반성(이질적) 이미지 동원을 시도하려 함을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현대시가 의도적인 기획물이라는 수사학적 정의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된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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